[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하는 신문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선거에서 민주당만 빼고 찍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하지만 신문 지면 칼럼을 검찰 고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교수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글을 올려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쓴 칼럼 <민주당만 빼고>과 관련해 민주당이 경향신문과 자신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선거는 개개 후보의 당락을 넘어 크게는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이다.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정권과 특정정당을 심판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선거의 이름을 빌리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임 교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총선 승리는 촛불혁명 완성'이라고 했다. 그에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를 당부하는 발언을 했다"며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나의 말과 무엇이 다른가. 당선운동은 되고 낙선운동은 안 된다는 얘긴가"라고 반문했다.

경향신문 1월 29일자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칼럼 <민주당만 빼고>

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재차 언급하며 자신의 칼럼은 선거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임 교수는 "(선거법상)'선거운동'의 정의는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후보자의 특정 여부를 선거운동의 요건으로 삼고있다"며 "그래서 헌재는 노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은 인정하였지만 '후보자의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건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임 교수는 "전직 판사가 얼마전까지 대표로 있던 정당이 이런 유명한 판례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왜 고발했을까?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일 텐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는,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번 고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집권여당이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이 나오자 고발로 대응한 민주당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신문의 칼럼란은 원래 정당과 정부 등 권력층에 날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허용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성역 없는 비판은 평론가와 저자들의 의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칼럼을 통해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이 들어온다면, 그것도 고발을 한 주체가 집권여당이라면, 어느 누가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민주당의 이번 고발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다.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진보진영의 시작점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임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민주당만 빼고>에서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이제는 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선거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며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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