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코로나19' 보도를 두고 “언론은 프레임을 이용해 공포감을 조장해선 안 된다”,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헤럴드경제 대림동 르포, 연합뉴스 우한 교민 얼굴 공개, 스포츠 중계식 기사 등을 문제적 보도로 꼽았다. 의학 전문기자인 조동찬 SBS 기자는 “언론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13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토론회에서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대림동 르포기사 ▲사생활 침해 기사를 문제적 보도로 꼽았다.

1월29일자 헤럴드경제 사회면 대림동 르포기사. 온라인 기사 제목은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사진=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는 1월 29일 르포기사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을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는 중국 이주민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시장 일부 사람들이 침을 땅에 뱉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김경희 교수는 “언론은 감염자에 대한 프레임 설정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 대림동에 대한 보도를 봤을 것이다. ‘중국인의 위생 관념이 약하기 때문에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프레임의 보도”라고 지적했다. 김경희 교수는 “언론의 프레임 설정은 중요하면서도 무섭다”면서 “언론이 중국에 나쁜 이미지를 형성하는 프레임을 설정하거나, 문제를 더 과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희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인용 보도·일반인 사생활 침해 보도에 주의를 요구했다. 김경희 교수는 “언론이 인용 보도를 하면서 추측성·과장 보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말의 앞뒤를 잘라 인용하거나 추측성 보도를 해선 안 된다. 언론은 보건당국에 사실확인을 하고 정보의 출처를 명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희 교수는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최근 (연합뉴스의) 어린아이 사진 공개가 논란이 됐다. 언론 보도 준칙에 일반인 사진·영상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의 우한교민 신원노출 보도 (사진=연합뉴스 기사 갈무리)

김경희 교수는 언론사 내부의 교육을 강조했다. 김경희 교수는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보다 중요한 건 기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기자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재난보도준칙을 얼마나 읽었는지 의심된다. 평소 가이드라인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상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언론이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상 교수는 “감염병에 관한 기사는 단순 국내 소식을 전달하기보다 국제적 기관과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보도해야 한다”면서 “‘외신에 의하면’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지양하고, 어디 외신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검증된 출처에 기반한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 대응에 가장 필요한 건 공공성”이라면서 “감염병 확산 시기에 언론은 민간 영역이 아니라 공적 주체로 들어와야 한다. 언론은 팩트체크 등 이용자에게 충족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일부 언론이 ‘스포츠 중계식 보도’를 한다고 비판했다. 조재희 교수는 “일부 언론은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두고 ‘1000명 돌파’라는 제목을 달았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돌파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현재 상황을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한다”고 설명했다.

조재희 교수는 “또 다른 보도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5배 이상 증가했다’고 알렸다”면서 “확진자가 5명에서 25명이 됐으니 팩트는 맞다. 다만 이런 기사는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기자협회 주최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정확한 정보전달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동찬 기자는 “최근 내가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있어 휴교를 할 수 있다’는 정보가 돌았다”며 “집에서 아이의 학교를 보내도 되냐고 물어보길래 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2일 후 질병관리본부에서 내가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있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조동찬 기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가짜뉴스라고 비방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면서 “권위 있는 기관의 말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인 입국 제한조치를 두고 WHO(세계보건기구)와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의견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조동찬 기자는 “두 기관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자는 (취재하기) 어려워진다”면서 “국제전문가나 국제기관의 발언이 절대 진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조동찬 기자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공포와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건 (언론이) 순수한 목적을 가졌는지, 의도된 목적을 가졌는지다. 언론이 보건당국에 협조하려는 목적은 문제가 안 되는데 시청률을 높이려는 목적을 두고 보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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