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본선이 끝났을 때 한국대표팀에서 가장 아쉬웠던 선수 중에 한 명을 꼽는다면 단연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이었을 것입니다. 절치부심 노력 끝에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부상, 컨디션 난조 등으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지 못하며 아쉽게 고개를 떨궜기 때문입니다. 겨우 출전 기회를 잡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 역시 후반 42분, 회심의 슈팅을 날리며 가장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골문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간 공은 이동국의 간절한 바람마저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도 굳은 표정으로 입국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동국의 도전이 이제는 완전히 끝났다는 말도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라이언킹이 2011년, 힘차게 다시 포효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 덕분에 2009년 리그 MVP를 받았을 때 모습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고 있는 것입니다. 한물 갔다는 취급을 받을 줄로만 알았던 것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이동국의 활약상, 그리고 더욱 좋아진 플레이는 소속팀 전북 현대 뿐 아니라 K리그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 프로축구 전북 현대 이동국이 2011 AFC챔피언스리그 산둥 루넝과의 경기에서 전반 선취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국의 최근 활약상을 보면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가 부럽지 않습니다. K리그 8라운드를 치르면서 6골, 4도움을 기록해 경기당 1.25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워낙 공격 포인트도 많이 기록하고, 팀 승리에 기여한 바가 컸다 보니 프로축구연맹에서 선정한 주간 MVP에도 8번 가운데 3차례나 선정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성적만 봐도 그야말로 올 시즌 K리그에서 지존과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동국의 활약에 힘입어 전북 현대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전북은 5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우승 후보답게 초반 무서운 기세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최강희 감독이 시즌 전, 주창한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가 위력을 발휘한 가운데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이동국의 활약이 아주 컸습니다. 적재적소에 골과 도움을 한꺼번에 기록하는 이동국 덕분에 전북은 보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공격 전술을 구사하면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팀으로 초반 대단한 기세를 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동국의 활약은 아주 빛났습니다. 조별 예선 5경기 가운데 3경기에 출전해 3골을 뽑아넣었는데 그 가운데 세레소 오사카, 산둥 루넝과의 4,5차전에서 결승골을 집어넣어 팀의 연승 행진,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리그 뿐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을 꿈꾸는 전북 현대 입장에서 이동국의 맹활약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동국은 그저 골만 잘 넣는 선수로 알려졌습니다. 정확한 킥 능력, 그리고 정확하게 날아오른 크로스를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하는 발리슛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습니다. 이에 비해 공격 파트너와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면서 도움 하나 기록하지 못했던 것은 '옥의 티'로 남았습니다. 20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MVP에 오르고 국가대표에 오랜만에 승선했던 2009년에도 이는 지적사항으로 남았고, 특히 허정무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끊임없는 질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올 시즌 벌써 4개 도움으로 도움 1위에 오르는 변화를 보이며, 33살의 나이에 '진화한 공격수'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력적인 소모가 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에 헌신하는 자세와 적극적인 플레이로 이전보다 훨씬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뒤흔들며 동료 선수의 득점 기회를 만드는데 제 몫을 다 해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기존의 틀을 깨고 계속 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점점 좋아지는 공격력을 보여주는 이동국의 모습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자극이 돼, 전북의 강한 공격력에 큰 힘을 불어넣기까지 했습니다. 2009년 이동국을 부활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최강희 감독도 인정할 정도로 이동국의 페이스, 그리고 진화는 눈에 띄는 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득점력 뿐 아니라 전반적인 플레이가 완전히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이동국. 지금 상승세만 잘 이어간다면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낸 2009년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될 정도입니다. 아니 지금까지의 성과만 놓고 봐도,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겨내면서 거둔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오히려 더욱 여유 있고, 안정된 모습으로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점점 성숙해지고 있는 이동국의 이 기세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중반을 향해 가는 K리그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K리그 역대 공격수 부문의 지존을 향한 이동국의 중단 없는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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