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정치권이 합의한 것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는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간 ‘졸속 합의’를 폐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대해 다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과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는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간 ‘졸속 합의’를 폐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대해 다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 ⓒ언론노조 이기범
이들은 20일 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방송통신위원회 합의에 대해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미디어 구조변동을 기회삼아 방송을 대통령 휘하로 예속시키려는 속셈을 그대로 담고 있다”며 “모양새는 ‘합의제’ 형태의 ‘방통위원회’라는 그럴듯한 간판을 달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행정부의 일개부처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방송통신융합논의는 지난해 3월부터 국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건은 특위의 중요 안건 중 하나다”며 “이런 사안을 원내대표들이 무슨 자격으로 한순간에 결론지어 버리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은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종사자 등 관련 이해단체 및 미디어 수용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며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거울삼아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논의를 진지하게 다시 시작하라”고 밝혔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어제 여야 원내대표간의 합의로 인해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과 오랜 투쟁을 통해서 지켜온 방송의 공공성이 하루 아침에 날아가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향후 방통위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라고 성토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2000년 방송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인 현행 방송법은 방송이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그동안 방송위원회를 독립위원회로 유지했다”며 “그런데 한나라당이 이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고 1명만 야당 몫으로 남겨놔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도 방송사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방송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면서 ‘언론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야당 쪽에서 2명을 확보한다고 할지라도 위원장을 가진 사람에게 운영이 집중돼있다"면서 "과연 이 법안 논의 과정에서 방송의 독립성에 대해 고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언론노조 이기범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그동안의 방송 민주화 역사가 여야간 합의로 완전히 거꾸로 돌아갔다”며 “대통령이 직접 2명의 위원과 위원장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위원회를 정부 부처화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여야간 합의는) 앞으로 끊임없이 방송계, 국민들의 저항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방송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정권 연장의 수단으로 삼은 이번 여야합의를 반드시 폐기하고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김정대 언론개혁시민연대 기획실장, 박성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양승동 한국PD연합회 회장, 이창형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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