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고 따르던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겠습니까. 성폭행을 당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하자 오히려 ‘꽃뱀’이라고 비난받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겠습니까. 이 소식을 듣고 화가나 블로그에 이 문제를 고발하자 교회로부터 2억 6천만원 소송에 걸린다면 여러분은 어떻겠습니까.

이 모든 일이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대형교회 삼일교회에서 벌어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목사가 성추행’ 폭로하자 2억6천 ‘입막음’ 소송)

▲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보도 막으려고 피해자 설득

2009년 11월. ㄱ 씨(20대 여성)는 당시 삼일교회 전병욱 담임목사의 집무실에 불려갑니다. 전 목사는 ㄱ 씨를 성추행합니다. ㄱ 씨는 반항합니다. 그러자 ‘결혼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되돌아옵니다. 전 목사는 ㄱ 씨의 모든 옷을 벗깁니다. ㄱ 씨는 절대권력을 가진 목사 앞에서 얼어버립니다. 아무런 저항을 못합니다. 전 목사는 차마 상상할 수 없었던 추행을 합니다. ㄱ 씨가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아 더 자세한 묘사는 해드릴 수 없지만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 성인이시라면 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아실 겁니다. 제가 차마 글자로 옮기지 못하는 그런 범죄를 전 목사는 ㄱ 씨에게 저지릅니다. ㄱ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렇습니다.

ㄱ 씨는 전 목사가 지난 몇 년 동안 수 많은 신자들을 성추행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ㄱ 씨는 수개월을 고통스러워하다가 이를 한 방송사에 알린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사가 먼저 접촉을 해온 건지, ㄱ 씨가 먼저 접촉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ㄱ 씨는 더 이상 숨지 않고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 피해자를 설득합니다. 보도를 막아 달라고. 수 일동안 매달립니다. 결국, ‘전병욱 목사의 신도 성추행 사건’은 방송에는 나오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한 기독교 매체가 지난 해 9월 이 사건을 알립니다. 세상이 떠들썩해집니다. 전 목사는 담임목사직을 사임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이 사건을 조용히 잊는 듯 했습니다.

자정노력 대신 ‘2억6천만원 입막음 소송’

이후 삼일교회는 어떤 자정 노력을 기울였을까요. 아쉽게도 제 눈에 비친 삼일교회는 허물 덮기에만 급급한 채 전 목사 성추행 사건의 본질을 신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발하고 문제제기해왔던 삼일교회 신자 지아무개(39)씨가 있었습니다. 삼일교회는 지씨에게 2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습니다. 삼일교회가 지씨에게 수 차례 인터넷 글을 삭제해달라고 했지만 지씨가 거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삼일교회가 지 아무개씨에게 건 소송의 소장
지씨는 삼일교회가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삼일교회 안에서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전 목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교회의 일부 신자들이 전 목사는 ‘다윗’(남의 부인과 간통해 비난받았다가 용서받은 것으로 성경에 기록된 인물)이고 성폭행 피해자는 (이단교회가 삼일교회를 무너뜨리려고 보낸) ‘꽃뱀’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지씨는 이 문제들을 계속 인터넷 상에서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2월 제보를 접하고 지씨를 만나봤습니다. 그는 삼일교회에 크게 실망한 듯 보였습니다. 지씨는 기독교인으로서 이 문제에 눈을 감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추행 피해자들이 차마 세상에 나와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나서 이 문제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씨에게 돌아온 것은 ‘2억 6000만원 소송’이었습니다.

지씨의 주장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지 여러 방면으로 취재를 해봤습니다. 삼일교회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기독교 단체 등에 자문을 구하고 피해자의 진술도 들어봤습니다. 지씨가 알려온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행위들은 거의 사실이었습니다. 전 목사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정황상 그의 성추행, 혹은 성폭행에 대한 진술은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 목사가 보도를 막으려고 여러 노력을 기울인 것도 확인했습니다. 단 한 가지.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을 교회 장로들이 방조 혹은 동조했다는 지 씨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삼일교회, <한겨레> 보도마저 삭제 요구

저는 기사를 통해 지씨가 겪고 있는 일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삼일교회의 자기 반성을 한번 더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삼일교회는 제 기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습니다. 기사를 삭제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악의적인 의도로 삼일교회를 비하했다고 의심하더군요.

삼일교회는 신자들에게 제 기사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알린 것 때문에 지씨를 고소한 게 아니라, 지씨가 장로들이 성상납을 기도했다고 주장한 것 때문에 고소를 했는데 <한겨레>가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는 삼일교회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읽어보았습니다. 지씨의 명예훼손 행위를 삼일 교회는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해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옮겨 드립니다.

1)2009.11 사건이 강간미수사건이라고 하거나
2)삼일교회가 위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거나
3)피해자가 이단이라는 설, 단순히 안마정도의 사건이라는 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거나
4)전병욱 담임목사의 사과문이 궁지에 내몰리니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이라거나
5)삼일교회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를 위해 성상납을 하여왔다는 등

이 중에서 5번을 제외하고 지씨가 주장한 1~4번의 주장이 정말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삼일교회 쪽은 신 앞에 맹세할 수 있습니까. 1~4번의 주장은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실과 관련 있는 매우 중요한 내용들입니다.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1~4번의 내용은 사실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씨는 1~4번의 내용을 줄기차게 주장한 것입니다.

삼일교회, 반성을 통해 좋은 교회로 거듭나기를…

삼일교회는 지씨에게 이 모든 내용들을 인터넷에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씨에게 2억6천만원을 내어놓으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입막음용 소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한겨레>기사의 삭제 요구 역시 또 한 번 비판을 받게 될 겁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도 ‘삼일 교회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에 성상납을 해왔다’는 지씨의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삼일교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만 문제 삼았다면 명예훼손 소송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삼일교회는 사실상 전 목사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지씨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지요.

저는 기독교에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오히려 기독교에 호감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기독교인들은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에 비해 약자를 둘러볼 줄 아는 품성을 더 갖추고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게 바로 예수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목회 활동을 하는 지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몇몇 대형교회가 보여주는 편협한 행동들. 자신들의 허물을 보지 못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행동들. 타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하는 모습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삼일교회도 이를 답습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삼일교회가 더욱 건강하고 좋은 교회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금 어떤 일을 저지르고 있는 지 겸허히 되돌아보기를 바랍니다. 그게 삼일교회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길이라고 믿습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건해지는 것처럼요.

현재 한겨레 방송부문 뉴스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다.
영상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함께 들고 현장을 누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앞선 멀티형 기자가 돼려고 노력중이다. 우리 사회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사명을 놓는 그 순간, 기자가 아닌 단순 직장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저 그런 기자가 되느니 문제적 기자가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고 살기도 한다. 한겨레와 한겨레 독자들을 무지지 사랑한다. 개인 블로그 http://blog.hani.co.kr/catalu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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