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세상에는 직업 윤리라는 게 있다. 기자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사 기자가 하루아침에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최전선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언론 윤리상 저어해야 하는 문제다.

100번 말해 지당하고 101번째부터는 말하기도 입 아픈 소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능력을 고려한 적임자라는 이유가 번번이 입 아픈 소리를 하게 만든다.

청와대의 신임 대변인 내정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단박에 끌었다. 5일 오후 ‘강민석 중앙일보’라는 검색어가 포털 실검 상위에 놓였다. 이날 청와대가 총선 출마로 물러난 고민정 전 대변인 자리에 강민석 중앙일보 부국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강민석 부국장은 마침 중앙일보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3일 수리됐다. 강 전 부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를 출입했다.

아시다시피 한겨레 출신인 김의겸 전 대변인이 현 정부의 첫 번째 대변인이 될 뻔 했지만 한겨레 구성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의 청와대행,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문제인 듯 싶다. 시위를 떠난 강민석 중앙일보 부국장 경우도 마찬가지겠다.

그러나 기자의 청와대행이 반길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수많은 언론 종사자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이며 권력과 언론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해친다. 하지만 익숙함에 길들여지는 사안 중 하나다. 필요해 부르면 달려가기 때문이다. 이번 강민석 부국장의 정도는 더했다고 볼 수 있다. 거침 없이 직행했다.

전 정부 시절 KBS 앵커 출신 기자가 하루아침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했다. 그는 지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있다. 당시 말들이 많았다. 민주당도 한마디 거들었던 기억이 있다.

방금 청와대 신임 대변인 임명 소식을 접했다.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에 무감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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