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는 수년 동안 묵은 미디어 노출 과제를 풀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기존 지상파 및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의 K리그 중계 외면이 이어지자 프로축구연맹이 비 스포츠 케이블 채널들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중계가 없어 애를 태웠던 K리그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얼 TV가 지난 25일, 중계 철회를 선언해 또 한번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당초 리얼 TV는 4월까지 지역방송의 화면과 오디오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중계 시험방송을 하고 5월부터 자체적으로 제작한 중계방송을 시도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역방송 특성상 노출될 수밖에 없는 편파중계에 대한 반감, 저조한 시청률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리얼 TV는 개막 2달 만에 “더는 못 버티겠다”라며 중계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비 스포츠 케이블 채널 가운데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며 1주일에 두 경기씩 K리그 경기를 중계하려는 야심찬 계획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플랫폼이 늘었다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를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계획을 짜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보다 많은 팀들이 미디어에 노출돼 프로야구처럼 전 경기 중계를 실현해내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점진적으로 팬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콘텐츠 개발이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떼다보니 중계 시스템, 콘텐츠 등 많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났습니다. 비스포츠 전문 채널이 갖고 있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월드컵, 유럽 축구 중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팬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관심을 유발하기는 했지만 이를 꾸준하게 끌고 갈 만한 무언가가 없다보니 결국 비스포츠 채널에서 K리그 중계의 선두 주자로 꼽혔던 리얼 TV가 두 손을 든 것입니다. 프로축구연맹은 리얼 TV가 중단했다 해서 다른 방송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뚜렷한 계획이 없다면 시장 논리를 기본으로 하는 방송사들의 중계 철회는 또 발생할 것입니다.

그나마 K리그를 외면했던 지상파, 스포츠 전문 채널이 이제서야 조금씩 움직인 것은 리얼 TV 중계 철회로 잠시 실망했던 팬들에게 상당한 변화와 기대를 갖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 3사는 지난 2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울산 더비 매치를 모두 생중계했으며, 지난 주말에는 MBC SPORTS+가 두 경기, SBS ESPN이 한 경기를 중계했습니다. 또 2일부터는 지난 6년간 K리그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KBS1 비바 K리그가 다시 시작되며, MBC SPORTS+는 K리그 투나잇 90+를 신설해 경기 하이라이트, 각종 소식, 팀 이모저모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중계 뿐 아니라 K리그를 소재로 한 특정 프로그램이 2개나 방송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지상파, 스포츠 전문 채널의 달라진 관심은 K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만들 것입니다.

리얼 TV의 중계 철회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지상파, 스포츠 전문 채널의 부쩍 높아진 관심으로 바람을 타게 된 가운데 이제는 프로축구연맹, 그리고 16개 각 팀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해졌습니다. K리그 중계, 미디어 노출 증가에 보다 더 관심을 갖고 팬들의 기대, 요구에 걸맞은 콘텐츠 개발, 변화 노력을 축구계에서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