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검찰의 갑작스러운 금융범죄 수사 인력 보강 결정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자신의 검찰 권한을 지키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신라젠 수사팀' 보강을 결정한 게 아니겠냐는 주장이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검이 검사 3명을 금융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중 피해를 낳은 금융 사건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수사가 강화된다는 소식에 신라젠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신라젠은 바이오 관련 회사로 개발 중이던 면역항암제 ‘펙사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마지막 안전성 실험단계가 중단되며 주가가 급락해 14만명의 소액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됐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와 임원진이 한 달 전 이미 지분을 처분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신라젠 최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친분 관계 등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얽혀있는 사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인권위원회 위촉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금융정의연대법률지원단장인 신장식 변호사는 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권과 관련된 정치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를 추가로 투입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최근 검찰 수사를 미뤄 짐작건대 검찰 권한을 지키기 위한 여론전의 하나로 신라젠 수사 보강을 결정한 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정경심 씨 재판, 조범동 5촌 조카 재판 등을 보면 직접 증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연기만 피워 여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검찰은 수사로 판사는 판결문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검찰이 여론으로 자꾸만 재판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를 기자와 언론에서 키워주고 있다. 어제 10시에 분명히 신라젠 투입하지 않겠다고 검찰이 이야기했지만, 오늘 아침 기사들도 대부분 신라젠 투입으로 나오고 있어 이건 분명히 언론에서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변호사는 “현재 (신라젠 사건)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순 정황만 있지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 측에서도 어제 밤늦게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5일 밤, 기자들에게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직제 개편으로 사라져 다시 배당한 것”이라며 “신라젠 사건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에 신라젠 외에도 라임펀드 사태, DLF사태 등 여러 건이 있어 검찰의 해명이 맞는지 “우선 지켜봐야 된다”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진 검사 인력 보강 지시를 두고는 의문을 제기했다. 신라젠 수사는 이미 작년 8월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압수수색을 단행해 수사가 개시된 바 있다.

신 변호사는 “어젯밤 검찰 측에서 신라젠 사건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권에 대한 정치적 의혹은 증폭된 상황이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특수수사, 인지수사, 직접수사의 범위를 축소하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검찰이 특수수사, 직접수사, 인지수사를 계속해야 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지금 이 시점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며 “왜 하필 지금인가, 시기 선택에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다중금융피해자 수사이기에 수사력을 보강하는 건 맞지만 수사 보강 시기에 있어 의구심이 남는다는 게 신 변호사의 지적이다. 신 변호사는 “검찰이 검찰로서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권한이 축소되거나 수사범위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정무적이고 정치적 판단을 통해 사건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있을 때 갑자기 서랍 속에서 사건을 빼서 들이미는 게 요즘은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여의도보다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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