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주요정당들이 '주거공약 1호'를 내놨지만 대체로 20대 총선 당시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정당 대다수가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거취약계층과 세입자 보호는 뒤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25개 주거·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거권네트워크'는 4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21대 총선 주거공약 평가 좌담회를 열어 각 주요정당이 현재까지 내놓은 주거공약을 20대 총선공약과 비교·분석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실현은 그 사회의 주거 척도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시원에서, 여인숙에서, 쪽방에서, 불법쪼개기 건물에서 발생하는 주거사망 문제에 대해 어느 정당도 고민하지 않는다"고 총평했다.

125개 주거·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거권네트워크'는 4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21대 총선 주거공약 평가 좌담회를 열어 각 주요정당이 현재까지 내놓은 주거공약을 20대 총선공약과 비교·분석했다. (사진=미디어스)

"민주당, 주거취약계층 포함 세입자 주거권 외면해"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을 위해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광역·지역거점도시 구도심 재생사업, 서울 용산 등 코레일 부지 및 국공유지 활용 등을 통해 청년·신혼부부에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주택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건 주거공약들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양한 주거취약계층 중심의 주거지원정책과 세입자 보호를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 등의 공약이 사라진 채 특정 정책대상에 대한 주택공급만을 주요 주거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정책위수석부의장이 지난달 29일 '2020총선 공약발표'에서 3호 총선 공약으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 등을 통한 주택 10만호 공급'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은 민주당의 공약이 공공성이 후퇴한 공공임대주택을 양산하고, 보편적 세입자의 주거권을 외면하며 사실상 경기부양책과 출산정책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대표적인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과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례를 볼 때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주거공간을 제공하면서 임대료 산정은 값비싸게 하고 있다"며 "이처럼 공공성이 후퇴한 공공임대주택은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 불법건축물에서 주거난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청년들이 입주해 살 수 없는 부담불가능한 주택으로 청년주거문제 해소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국장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신도시 개발, 역세권 인근 개발, 광역·지역거점도시 구도심 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하겠다고 해 실상은 경기부양을 위한 도시개발정책을 청년팔이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또한 다양한 청년가구의 특성을 배제한 것으로 이공약의 본질이 출산정책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청년·신혼부부 금융지원에 대해선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며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해 자가 구입이 용이하게 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총선공약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며 "청년·신혼부부 각각 100만 가구에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공약은 '빚내서 집사라'고 얘기한 박근혜 정부 정책까지 떠올리게 한다. 시민의 주거문제 해결이 자가구입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이 주거취약계층을 포함한 세입자 주거권 보호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 재탕, 20대 공약과도 큰 차이"

자유한국당의 주거공약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 기준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고가주택 기준 조정(9억이상→12억 이상)을 통한 중산층 보유세 부담 완화, 청년주택 특화, 3시 신도시 정책 전면 재검토 등이다. 한국당은 앞서 20대 총선 당시 청년·신혼부부·노인 등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확대, 대학생 기숙사 확대, 뉴스테이 활성화 등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거복지 확대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김재원 총괄단장(가운데) 등 자유한국당 '국민과 함께하는 2020 희망공약개발단'이 지난달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주택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한국당의 21대 총선 공약은 '좌우 이념대결'이라는 진영논리로 주거정책을 보면서 이명박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뉴타운',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실질적 폐지' 정책을 되풀이 하고 있다"며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보유한 계층, 서울·1기 신도시 지역만을 정책 대상으로 한다.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정책이라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이럴 순 없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사실상 주거 문제는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한국당의 주장이 그마저도 논리를 갖추지 못해 자기모순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한국당 공약은 앞뒤가 안맞는다. 한국당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공급을 하겠다는데 신도시는 또 안된다고 한다"며 "집값이 떨어지는 게 문제인지 오르는 게 문제인지, 주택 가격에 대한 정책 목표도 일관성이 없어 공당의 공약인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한국당은 '지방 부동산 시장은 빈사 직전'이라는 진단과 '풍선효과로 비규제지역까지 가격상승 우려가 있다'는 서로 모순된 진단을 공약에서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최 소장은 "요약컨대 한국당의 주거정책은 종부세 무력화, 재개발, 뉴타운, '빚내서 집사라', 분양가 상한제 철폐, 주택공급은 필요하지만 신도시는 안된다는 공약"이라며 "자산 양극화, 투기문제 등 정책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없고, 취약계층 등 다양한 층위의 주거계층 대책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평했다.

"분양가 인하 공감하지만 구체성 한계"

정의당은 21대 총선 주거공약으로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한 세입자 9년 안심 거주 보장, 공영개발과 토지임대부 분양을 통한 '반의 반 값' 아파트 공급, 1인 청년 가구 주거지원 수당(월 20만원) 등 무주택 세입자 주거권 보장책을 우선 제시했다. 아울러 1가구 다주택 중과세·보유세 강화, 기업보유 부동산 과세 강화, 고위공직자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 금지 등 투기억제 대책을 함께 내놨다.

민주평화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반값 아파트' 공약을 발표했다. '반값아파트 특별법'(토지임대분야주택법)을 부활시켜 공공주택을 대폭 늘리고, 서민 주거공간 확보를 쉽게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임대하고, 건물은 일반인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용·개발한 토지를 민간건설사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토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주거공약 발표하고 있는 모습(위)과 지난 3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운데)가 주거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아래). (사진=연합뉴스)

우선 정의당 공약에 대해 김대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다른 당과 비교해 세입자 주구권 보장을 최상위 정책으로 제시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과 갭투자를 통한 역전세 문제 등을 고려하면 공정임대료, 전세보증보험 의무화 공약이 21대에서 제외된 건 아쉽다"고 평가했다.

'반의 반 값 아파트' 공약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목표치 물량이나 실행방안 제시가 되지 않아 보완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민주평화당 '반값 아파트' 공약에 대해선 "공공성 강화방안이고 당 총선 전체 1호 공약이라는 점에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면서도 "10년 동안 100만가구 공급을 위해 연간 100만평, 총 1000만평의 토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3기 신도시 등 36만호 정도 외에는 다른 부지확보 방안이 없다. 도시재생뉴딜예산 전면 중단을 통한 재원 마련은 바람직하지 않고, 분양가 30% 무상 지원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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