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는 탄식이 흘러 나왔지만 그래도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세계챔피언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젊은 나이, 그리고 지난 13개월간의 숱한 역경과 공백 등을 생각하면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조국 대한민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많은 박수와 찬사, 격려를 받을 만했습니다. 그리고 보다 편한 마음을 갖고 더욱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부문에서 쇼트, 프리 합계 194.50점을 기록해 일본의 안도 미키(195.79점)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점프에서 잇달아 실수를 범해 아쉽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13개월 만에 공식 대회에 나서 여태껏 해보지 않았던 발레곡, 창작곡을 배경으로 표현력, 기술 모든 면에서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2위라는 성적이 아쉽기는 해도 '여왕의 귀환'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김연아의 2010-11 세계선수권 도전, 그리고 복귀전은 많은 성과를 남기며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 세계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김연아. 그래도 그녀는 아름다웠고, 충분히 박수와 찬사를 받을 만했다 ⓒ연합뉴스
사실 김연아가 복귀하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2009-10 세계선수권 준우승 이후 큰 목표가 사라진 김연아 입장에서는 뭔가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은퇴 논란까지 나왔던 가운데 결국 그녀는 2010-11 세계선수권에만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스케이트화를 고쳐 신어 팬들의 격려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속사 문제, 그리고 5년 동안 자신과 함께 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마찰 및 결별 등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특히 오서 코치와의 결별 과정에서는 예기치 못한 폭로, 비방이 벌어져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몇달 간의 논란 끝에 전설적인 피겨 스케이터 미셸 콴의 형부, 피터 오피가드 코치를 새로운 지도자로 맞이하고, 훈련 장소도 미국 LA로 옮겨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 했지만 이후에도 일본 방송사의 도촬 논란, 경기도 군포 김연아 거리 예산 전액 삭감 등 대내외적인 논란은 또다시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마음을 잡고 훈련을 지속하면서 그녀가 목표했던 세계선수권을 위해 뛰고 또 뛰었지만 이번에는 천재지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 그리고 이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최지였던 일본 도쿄에서의 대회 진행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3월 이날을 위해 컨디션을 맞춰온 김연아 입장에서는 또다시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고, 결국 대회 연기 및 러시아 모스크바 장소 변경 개최로 결정나면서 다시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올림픽 이후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기를 바랐던 것과는 다르게 1년 동안 참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힘겹게 스케이팅을 해야 했던 피겨 여왕 김연아였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냈어도 그녀 역시 사람이었고,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대학생이었기에 1년 동안 있었던 어려움들을 견디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목표를 위해 그리고 순전히 지금까지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묵묵하게 얼음판 위에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해왔던 패턴과는 다르게 발레곡, 창작곡을 배경으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김연아에게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얻었을 것이며 세계 피겨계에도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쇼트 프로그램 후 실수에도 여유를 갖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아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꼭 해보고 싶었다라며 팬들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 모두 김연아는 아직 살아 있다라는 걸 보여줬고 피겨 스케이터의 모범 교과서임을 알게 해줬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결과를 떠나 김연아는 충분히 할 만큼 했고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김연아는 분명히 힘들게 지난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런 가운데 거둔 세계선수권 2위는 1위보다 더 값지고 위대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피겨 팬들에게 '오마주 투 코리아'라는 보다 진일보한 기량으로 또 하나의 선물을 안겨 흐뭇하게 했습니다. 장래 문제에 대해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견디고 뭔가를 보여줬던 만큼 앞으로도 어떤 모습으로 또 한 번 팬들에게 아름다운 스케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린 뒤에 태극기를 들고 다시 활짝 웃은 그 모습처럼, 앞으로 정말 행복한 일만 가득한 '우리의 자랑' 김연아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잘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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