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산업의 공익적 목표와 산업적 성과를 조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가.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육성은 어떤 지향과 가치를 지녀야할까. 방송통신 융합, DTV 전환 등 미디어 환경의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방송영상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원장 권영후)은 지난 19일 오후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방송영상산업과 국가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우리 방송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방송산업의 미래와 발전방안 등을 논의했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 공익·산업 조화 모색해야"

'방송영산산업의 미래, 무엇이 중요한가'를 발제한 이만제 KBI 책임연구원은 "방통융합과 디지털전환을 계기로 방송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키려면 성장단계의 산업구조를 성숙단계로 진입시켜야하고 이 과정에서 산업적 성과와 공익적 목표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과 융합의 혜택이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송산업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월 19일 방송회관 3층에서 KBI 주최로 열린 '방송영상산업과 국가경제의 미래' 토론회 ⓒKBI
토론자로 나선 정길화 MBC 대외협력팀장은 "매체별 수익모델이 차별화 되지 않아 현재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KBS·EBS는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고, MBC·SBS는 광고를 재원으로 하고, 케이블TV는 가입비와 시청률을 재원으로 하는 등 수익모델이 충돌하지 않아야 하는데 한정된 광고 시장 안에 모든 미디어들이 경쟁하면서 견뎌내기 힘든 상황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제작기반이 약화된 것은 지상파 자체의 잘못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여러 정책과 제도들이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상파가 자체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중간광고 도입을 비롯한 광고제도 개선 등 효율적인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기범 티브로드 상무는 "지상파 방송이 준비하고 있는 MMS라는 다채널 서비스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원플랫폼, 원채널 형태를 뒤집는 것"이라며 "지상파 3사의 콘텐츠 독점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단순 논리만 앞세워 MMS를 지향하는 일은 플랫폼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케이블, 위성방송, IPTV, 인터넷방송 등 유료방송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저가 수신료 개선 문제는 여전히 요원하다"며 "한정된 유료방송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텐데 이에 대한 대안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근 선문대 신방과 교수는 "지상파와 케이블이 싸우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러 정책이나 모델이 사업자 위주로 흘러가면서 큰 틀에서 우리 사회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특히 "공익과 산업의 조화는 불가능한 전제"라면서 "지난 10년간 모든 방송에서 공익과 산업을 조화시키려고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매체의 성격을 공익매체와 상업매체로 완전히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미디어 시장 투명성 확보, 재원조달 방식 개선 필요"

'한국형 글로벌미디어 그룹, 왜 필요한가'를 발제한 김문연 중앙방송 대표는 "방송과 통신, 공영과 유료방송의 이해다툼이 첨예하지만 사실상 국내용 이슈에 머물러 있고 본격적인 해외 또는 아시아 시장 진출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 이유로 "아시아 미디어 시장의 급속한 확대 성장"을 꼽았다. 타임워너, 뉴스코프, 소니 등 글로벌미디어 그룹이 이미 아시아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국과 인도의 미디어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미디어그룹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따라서 한국형 글로벌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시장의 투명성 제고 △플랫폼 정책과 콘텐츠 정책 균형 △공익성과 산업성의 적정한 자리매김 △글로벌 미디어그룹과의 공존 마인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성회용 SBS 정책팀장은 "재원의 확장 없이 한국 영상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며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을 하는 이유도 투자를 가로막는 여러 규제적 장치를 뛰어넘을 때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단 동아시아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그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이어 "영상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력, 산업적 인프라, 지적 기반 등이 동시에 갖춰져 창의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수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의 투명성 확보, 창작자와 저작자에 대한 보호와 육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콘텐츠 기획, 편성, 제작, 유통 과정에서 지상파방송 중심의 불합리한 일방적 독점, 저작권 소유 문제 등이 수직적 구조가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맞게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 시장 진출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은기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글로벌 콘텐츠가 로컬 콘텐츠를 대체하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플랫폼이 많아져 로컬 콘텐츠로만 다 채우는 것이 어렵고, 콘텐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발전해 덩치가 큰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산업적 관점에서 글로벌화는 필요하지만 문화정체성을 갖는 콘텐츠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공공정책의 영역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대형 제작사를 키워야 하는 제작사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유통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콘텐츠 전문 펀드 등 자금조달 방식 개선, 전문적인 글로벌 마케터 육성이 시급하고, 콘텐츠를 갖고 돈을 조달할 수 있는 '보험제도'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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