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 내부가 시끄럽다. 당 사무처장의 젠더 폭력,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과 신체접촉 논란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논란을 부인하며 직을 내려놨다. 반년 전부터 지속돼온 이 같은 논란으로 당원 일부가 탈퇴, 평소 성평등·소수자 인권 등을 주장해온 당내 선거전략이 희석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22일 하승수·신지예 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사과문이 차례로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이는 19일 열린 녹색당 전국운영위원회 회의결과에 따른 조치로, 녹색당은 공동운영위원장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인사위원회와 총선본부에서 활동하지 않고 기본적인 당무만 유지하라고 결정했다. 아울러 사과문 게재와 총선 불출마를 권고했다. 이에 하승수 위원장은 사과문을, 신지예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승수 위원장은 공개사과문에서 “당내에서 발생한 활동가들의 고통, 젠더 폭력, 평등문화 훼손 등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전국운영위원회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당무에만 충실하겠고,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선출된 최종 총선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숙고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지예 위원장은 “최근 당내에 일어난 여러 문제 때문에 당원 여러분께 많은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이에 책임을 지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녹색당 로고 (녹색당)

■ 녹색당 내에서 불거진 논란 세 가지 : 젠더 폭력, 평등문화 훼손, 신체접촉

녹색당 내에서 발생한 논란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젠더 폭력 논란이다. 지난해 7월 전국사무처장 A씨가 여성 활동가들에게만 수차례 고성을 지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문제 제기가 당 내에서 터져 나왔다. 이를 공론화한 활동가는 당 내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 차원에서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공개적으로 사무처장을 고발했다. 이 활동가는 “녹색당은 피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고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2차 가해를 했다”며 “공론화는 안전한 직장, 녹색당에서 일하고 싶은 저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라고 말했다.

당내 상벌위원회는 A 사무처장에게 ‘사무처 내 성평등 교육이수 4시간’과 ‘1월 5일까지 공간분리’ 결정을 내렸지만, 활동가들은 유의미한 처벌이 아니라며 연대 입장문 게시와 함께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의사소통을 강조해온 녹색당이기에 젠더 폭력논란을 처리하는 방식에 실망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 제기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녹색당은 해당 사무처장을 직위해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젠더폭력 논란과 관련해 “피해당원들과 면담하고 신속한 조치를 약속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이후 현장발의 안건으로 다룰 때 피해당원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며 피해당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남은 두 개의 논란은 신지예 위원장 관련된 신체접촉 논란과 평등문화 훼손 논란이다. 지난해 6월 신지예 전국공동운영위원장과 서울녹색당 전 공동운영위원장 간에 벌어진 신체접촉 논란으로 피해를 주장해온 서울녹색당 전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사퇴했다. 이후 신 위원장이 한 활동가에게 지속적으로 고용불안을 일으키는 발언을 해왔다는 활동가들의 증언이 나와 ‘평등문화 훼손’ 논란이 추가로 일었다.

활동가들은 신 위원장이 당시 정규직 전환 절차를 앞두고 있던 활동가 B에게 ‘정규직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묻거나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두고 ‘한국 사회에서는 직장 생활하기 힘들겠다’고 말하는 등 고용불안을 느낄 수 있는 언행을 수차례 반복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해당 직원에 대한 부정적인 업무 평가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평등한 동료 관계를 지향하는 녹색당 조직문화에 반한다는 점에서 신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당 내 여론이 일었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신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여러 허위사실이 떠돌고 있다”며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당 밖으로 퍼졌다”고 부인했다. 신 위원장은 오명을 벗기 위해 전국운영위원회에 독립된 조사위원회를 꾸려달라 호소했지만 이를 승인해주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한 당내 젠더폭력이 공론화 되기 전에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누명이 씌워졌다며 무력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전국운영위원회에서 하승수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문건으로 인해 저는 폭력을 저지른 사람으로, 직장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낙인 찍혔다”며 “저는 소명의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이같은 논란들에 대해 지난 19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고, 두 명의 공동운영위원장에게는 ‘정치적 책임’을 물어 인사위원회와 총선본부에서 활동하지 않고 기본적인 당무만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총선 불출마를 권고했다. 선거본부구성, 선거일정 등을 포함한 총선실행계획은 오는 2월 2일에 열릴 차기 회의 전까지 임시총선준비위 집행위에서 추진하도록 결정했다.

■ 신지예 위원장의 사퇴...총선은?

신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녹색당은 당장 3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에 비상이 걸렸다. 4·15 총선에 녹색당이 내세운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 ‘여성 비율 50%, 청년 비율 30%의 정치’를 꿈꾸며 시작된 프로젝트로 신 전 위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당내 게시판에는 신 전 위원장에게 사퇴가 아닌 사과를 하고 위원장으로 끝까지 프로젝트를 완수해달라는 성명 등이 올라오고 있다.

백희원 총선준비집행 정책위원장은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로 후보 발굴 교육프로그램을 마친 김기홍, 김혜미, 성지수, 정다연 후보자가 모두 비례대표 후보 1단계 선출 선거 투표 결과 당선됐다”며 “신 위원장이 사퇴했더라도 당내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준비 과정에는 후보들이 참여해 함께 준비하는 형태로 여성 출마 프로젝트가 총선 선거운동본부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 일었던 논란 등은 당내에서 중차대한 일로 받아들이고 전국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다루고 있어 총선 준비는 가능한 최선을 다해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녹색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일찌감치 예비후보를 뽑아 경선을 준비해왔다. 당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성평등, 소수자 인권 등을 주장해온 녹색당의 선거전략이 이번 당내 논란 등으로 희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