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일부 언론보도가 감염공포와 인종주의적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인이 공짜 치료를 노리고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거나,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수출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라는 의미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표기가 언론에서 성행하고 있지만 공식명칭이 아니고, 이 역시 인종주의적 혐오를 부추기는 잘못된 표기이다.

SBS는 지난 26일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관련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고 기사를 설명했다. 당장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일자 SBS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은 지난 21일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부모라는 한 중국 거주자 A씨와 신종 코로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A씨는 중국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에 간다고 말했다.

A씨는 "저희 아이가 이제 국제학교를 다녀서 학교 모임이 있었다. 부모가 중국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데 그 사람들이 폐렴 환자 얘기가 나오니까 하는 말이 자기들은 문제없다는 거다. 비행기값만 내면 한국 가서 다 치료가 가능한데 중국에 왜 있냐는 거다"라고 했다.

이어 A씨는 '이번에 우한에서 넘어온 분도 일부러 왔다는 얘기가?'라는 질문에 "비행기 거리 시간이 얼마 안 되는데, 병원은 낮 시간에 갔을 거고 비행기는 아마 당일 아니면 그 다음날 탔을 텐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그냥 일부러 갔다고 그런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21일 전화인터뷰 방송화면 캡처. <[전화연결] "중국인들, 우한 코로나 치료하러 일부러 한국행 소문도..">

이 같은 보도는 정치권으로 번졌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자신의 SNS에 "세금 한 푼 안 낸 중국인들이 지금 폐렴 무상 치료를 받기 위해 폐렴 발병 사실을 숨기고 국내에 입국한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생활비에 유급휴가비, 치료비 다 내준다고? 국민들과 기업이 낸 세금을 허무하게 낭비하고, 큰 인명피해 가능성을 방치하는 이 무능한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1급감염병 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감염병에 걸린 환자는 감염병관리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외국인 감염병환자 등의 입원치료 등에 드는 비용은 국가 경비로 부담하게끔 되어 있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취지다. A씨의 발언은 소문과 추측을 근거로 한 주장일 뿐 사실로 입증된 바 없다.

서울경제는 25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국내 관광지 현장 점검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하며 <"'우한폐렴' 걱정말고 한국관광 즐기세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박 장관이 이 같은 말을 한 적이 없고, 기사 본문 내용에도 이런 내용은 없었다. 현재 해당기사 제목은 <박양우 장관, 설 맞아 관광현장 점검>으로 수정된 상태다.

서울경제는 25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국내 관광지 현장 점검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하며 <"'우한폐렴' 걱정말고 한국관광 즐기세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현재 해당기사 제목은 <박양우 장관, 설 맞아 관광현장 점검>으로 수정된 상태다.

많은 언론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한 폐렴'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공식명칭이 아니고, 특정 지역과 민족에 대한 혐오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3일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폐렴 바이러스 '20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명명했다.

앞서 2015년 WHO는 과학자, 국가, 미디어 등에 새 전염병 명명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이에 따를 것을 권고했다. 지리적 위치, 사람의 이름, 동물이나 음식의 종류, 문화·인구·직업, 과도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용어 등을 질병 명칭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권고 내용이다.

당시 WHO 보건안전담당 부국장 후쿠다 게이지 박사는 "중동호흡기 증후군과 같은 명칭의 사용은 특정 지역사회나 경제분야에 오명을 씌우는 악영향을 끼쳤다"고 권고 취지를 설명했다. 후쿠다 게이지 박사는 "특정 질병 명칭이 종교나 민족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여행·상업·무역에 대한 부당한 장벽을 만들고, 불필요한 식용 동물 도살을 유발하는 것을 보아왔다"며 "이것은 사람들의 삶과 생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우한폐렴' 병명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정정하는 것은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식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28일 기사 <靑 '우한폐렴'이란 병명 모두 바꿔… 네티즌 "中엔 왜 저자세로 나가나">에서 손 씻기를 강조하고 '우한폐렴' 등으로 사용된 병명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일괄 정정한 청와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WHO 권고에 따른 정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맞지만, 주요 외신들도 'wuhan virus(우한 바이러스)'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면서 "확진자들은 손을 안 씻어서 (우한)폐렴에 걸렸느냐", "중국엔 아무 말도 못하고 마스크까지 끼고 사는 국민 탓만 한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로 나가는데, 일본에서 발생했어도 저렇게 나섰겠느냐"는 네티즌 비판 반응을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국민 안전 컨트롤타워로서의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1월 28일 <靑 '우한폐렴'이란 병명 모두 바꿔 네티즌 “中엔 왜 저자세로 나가나>

한국경제도 28일 <이 와중에 중국 감싸기? 靑 "'우한폐렴'아닌 '신종 코로나'로 불러라"> 인터넷판 기사에서 "청와대가 우한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공지한 것은 외교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 외교가 친중 노선으로 기울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이 와중에 중국 감싸기냐", "우한폐렴이란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중국인 또는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과의 접촉에 경각심을 갖게 되지 않겠느냐", "일본 뇌염,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의 병명을 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우한폐렴에만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일부 네티즌 반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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