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K리그 팀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출정식을 벌였던 팀은 단연 강원 FC였습니다. 감기 몸살에 걸렸던 최순호 감독을 제외한 김원동 사장 이하 전 선수단이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입수해 새 시즌 각오를 다진 것입니다. 지난 두 시즌 지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강원이었기에 추운 겨울 바다에 입수하면서 다진 선수들의 의지는 남다른 것만 같았고, 기대되는 면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조금 지난 4월 말, 강원 FC의 성적은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리그에서는 7경기를 치르면서 모두 패해 7연패를 당했고, 그 가운데 개막전 이후 6경기 연속으로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단 이후 계속 감독을 맡았던 최순호 감독은 자진 사퇴했고,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 그리고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최 감독 사퇴 이후에도 강원은 김상호 감독 지휘 아래 체제가 정비된 듯하다가 심판 판정 문제 등의 불운을 겪으며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총체적인 난국 속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과제만 남긴 채 5월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강원은 지난 주말에 열린 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의미 있는 한 골'을 터트렸습니다. 바로 강원의 주포 김영후가 전반 42분 공격 파트너 윤준하의 패스를 받아서 선제골을 넣은 것입니다. 비록 후반에만 3골을 내줘 1-3으로 패하고 또다시 무릎을 꿇기는 했지만 너무나 기다렸던 1골이었기에 홈팬들은 많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 김영후
홈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처럼 김영후가 터트린 1골은 '1골 이상'의 값어치, 그리고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터진 골이라는 것도 있지만 패배의식에 사로잡혀있던 강원 선수들의 의지를 더욱 북돋울 수 있는 한 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강원 FC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가 터트린 1골이었기에 의미는 더욱 컸습니다.

사실 강원 공격력이 허약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9년 신인왕을 차지한 김영후, 그리고 서동현, 윤준하로 이어진 공격력은 나름대로 막강 실력을 자랑해 왔습니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골을 넣지 못했던 만큼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 만큼 잘할 수 있는 잠재력, 실력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골문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정비된 체제 아래에 전력을 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귀중한 한 골이 터져주면서 어떻게 보면 적절한 시기에 강원 선수들의 의지,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매 경기마다 뭔가를 터트려줘야 하는 공격수 김영후의 발끝에서 골이 나와 다시 확실한 득점 자원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은 강원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입니다. 구심점 역할을 할 노장 선수들이 거의 없는 만큼 주축 선수들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한 강원 입장에서 김영후가 터트린 한 골은 분명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래 지난 2년 동안 늦게 발동이 걸려 '슬로 스타터'라는 별칭을 들었던 김영후가 적재적소에 팀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골을 터트린 것은 선수 개인이나 팀에 앞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떨어진 성적 속에서도 강원 FC는 여전히 지역팬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강원 선수들은 경기장 안팎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감독이 교체되고, 분위기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 1골을 통해 강원 FC가 전환점을 만든 것은 분명하며, 노력의 결실을 다시 맺을 수 있는 계기도 열었습니다. 전술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것은 많고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한 골을 통해 강원 FC가 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얻고 새롭게 출발하기를 많은 팬들은 기대할 것입니다. 중하위권 성적 가운데서도 공격 축구를 지향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강원 축구의 상승세는 K리그에도 충분히 눈여겨 볼만한 볼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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