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현대 건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성지 건축의 대표작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으로부터, 성지 건축에 대한 현대 건축가들의 창작 의지와 열망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에서 성지 건축에 있어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 가장 열정적으로 그 작업에 도전하고 있는 건축가는 마리오 보타다.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종교 건축에 대한 신념과 열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이 23일 개봉을 기념하여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건축 과정을 소개하는 특별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1월 27일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에서는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만원 건축사가 직접 건축과정을 들려주는 시네마톡이 개최될 예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과거 종교 건축의 관습을 넘어선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이 제주도에 건립한 방주교회는 교회 건축의 새로움과 대중성을 알렸으며, 교회가 단순히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지역의 상징이 되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도 보여주었다. 서울에서는 충정로 성지박물관과 김수근이 설계한 장충동의 경동교회가 특별한 의미의 종교 건축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건립한 프랑스 이브리 교회

마리오 보타의 작품들 중 성지 건축은 큰 주목을 받아왔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스위스 몬뇨의 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교회, 중국 이슬람교의 나자후 모스크 사원, 이스라엘 텔 아비브의 심발리스타 유대교 회당 등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넘나드는 그의 종교적 건축물은 경계를 허물며 논란과 기적을 일으켜왔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라는 세 개의 종교를 넘나들며 작업한 건축가도 그가 최초일 것이며, 그가 선보인 종교 건축물은 기존의 종교 건축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이었다. 그의 최초 교회 건축으로 꼽히는 몬뇨의 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교회가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 기존 교회 건축의 모든 상징과 관념, 관습들을 넘어선 양식으로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1995년에 완성된 프랑스 파리 외곽의 이브리 교회 역시 그의 대표적 성지 건축 중 하나이다. 원통형 기둥을 사선으로 잘라낸 기하학적 외관과 지붕 위에 원주를 따라 심은 나무들은 가시면류관을 연상케 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역시나 교회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더욱 영적이고 강력한 상징성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교회가 새로운 중심으로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교회의 원통형 건물과 일맥상통하며, 그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다. 원과 사각의 기하학적 특징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으며, 이것은 텔아비브의 심발리스타 유대교 회당의 내부 천장에 보여진 원형 안의 사각을 통해 통합의 상징으로 한번 더 재현하기도 하였다.

영화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 이미지

심발리스타 유대교 회당 & 유대 문화유산 센터를 지을 때는, 유대교 회당을 어떻게 지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인식과 영역의 경계, 종교적 엄숙함과 고립을 넘어선 그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건축은 인간의 영혼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마리오 보타는 건축가로서의 재능과 사명감 사이에서 한계를 넘어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에는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짓게 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있어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늘 파격을 일삼았던 마리오 보타의 성지 건축은 유럽처럼 기독교의 오랜 전통이 자리잡지 않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기독교의 토착화를 보여주며 믿음의 상징이자 인간다움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장소”에 성당을 짓는 일에 대해 남다른 사명감과 애착을 쏟아냈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건립한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남양 성모 성지는 조선 초 기독교 신자들의 대규모 순교가 있었던 한국의 대표적 성지로,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위치하고 있다.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통일의 염원을 함께 담아 신자들의 헌금으로 이루어낸 기적 같은 건축물로 마리오 보타뿐만 아니라 이상각 신부의 열정과 노력이 함께 들어있다. 1984년부터 남양 순교지 개발이 시작되면서 기독교 박해의 역사를 의미 있게 살려내고자 하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었고, 2017년 5월부터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었다. 마리오 보타조차 이 프로젝트가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지만,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던 이상각 신부와 성당 측의 열정으로 수십여 년간 이어져온 대장정은 현재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성당의 대지는 도시화가 진행된 계곡 아래쪽 시내까지 연결되어, 모든 지세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며 북쪽의 큰 공원을 통한 명상과 기도의 길까지 포괄적으로 품어내는 형상을 띤다고 한다. 외관으로는 제대 위로 40미터가량 솟아오른 두 개의 탑이 가장 눈에 띈다. 마리오 보타가 이전에도 보여주었던 원통형 기둥을 사선으로 잘라낸 양식이며, 압도적 웅장함과 숭고미를 더한다. 또한 그의 시그니처인 붉은 벽돌을 이용하였다. 중세 프랑스 교회와 벽돌로 지어진 지역적인 전통에 깊은 애정을 가진 마리오 보타는 프랑스의 이브리 교회 등 다른 교회 작품에도 붉은 벽돌을 널리 사용했다.

영화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 이미지

마리오 보타는 교회 건축은 대지의 입지, 주변 지세, 하늘을 향한 빛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모두를 포용하고 안아줄 수 있으며, 그들의 영혼이 위로받을 수 있고 안식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역사를 기억하고 담아내는 것을 건축의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며 물질적 성취보다는 인간의 영혼을 위한 건축에 헌신하기 원했던 마리오 보타. 그가 이러한 건축 철학과 함께 빛과 중력의 개념을 인간의 영혼과 역사, 우주와 무한으로 연결시키며 자신의 건축물을 통해 설명하는 영화 속 장면은 시각적인 압도감을 넘어 황홀한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의 영혼을 담아낸다는 것은 영원불멸과 지금 여기의 세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건축에 있어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그 도전을 멈추지 않고 끝없이 우리의 영혼에 말을 거는 빛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건축을 향한 열정과 진정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은 23일부터 전국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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