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조정 특집 2탄에선 유재석조와 정준하조가 경기를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힘으로는 정준하, 노홍철, 길로 구성된 팀이 훨씬 강했다. 유재석조에는 박명수와 하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경기력을 측정했을 때도 힘이 센 정준하조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물 위에서 실전을 하자 유재석조가 이겼다. 정준하조는 우왕좌왕하다가 끝났다.

유재석조가 일사불란하게 호흡을 맞춘 데에 반해 정준하조는 세 명 다 따로따로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힘이 모이질 못했다. 반면에 유재석조는 3명의 힘이 합쳐져 그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유재석조에서는 유재석이 맨 앞에 앉았다. 바로 뒤에 앉은 하하는 유재석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행동을 통일했다. 그 뒤에 앉은 박명수도 역시 하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호흡을 맞췄다.

정준하조에서는 정준하가 맨 앞에 앉았었는데, 그는 자기 노 관리하느라 바빠 팀 전체를 힘 있게 이끌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바로 뒤에 앉은 노홍철이 하하처럼 앞에 앉은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호흡을 맞췄다면 그렇게 통일성이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앞에만 눈이 있다. 따라서 뒤를 볼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그런 물리적 조건 속에서는 앞사람을 볼 수 있는 뒷사람이, 앞사람을 기준으로 행동을 통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노홍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노홍철의 개인적 능력은 <무한도전>이나 <영웅호걸>에서 이미 증명이 됐다. <영웅호걸> 요리 특집 당시에 노홍철은 손님을 응대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으로 '역시 <무한도전>에서 단련된 노홍철!'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 명의 예능인으로선 충분히 자기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MC는 한 명의 예능인 그 이상이어야 한다. MC에게 필요한 것은 전체를 판단하고 이끄는 능력이다. 바로 이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당대 최고의 재치와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제치고 유재석과 강호동이 국민MC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정준하 뒷자리에 유재석이 앉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는 틀림없이 자신없어하고 허둥대는 정준하를 진정시킨 다음 자신이 정준하에게 호흡을 맞췄을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만약 비슷한 경기에서 앞자리에 김종민이나 엄태웅이 앉고 뒷자리에 강호동이 앉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강호동도 틀림없이 앞사람의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자신이 앞사람에게 맞췄을 것이다. 사람이 뒤를 볼 수 없다는 물리적 조건상 무조건 뒷사람이 앞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홍철은 자신이 앞장서서 소리치며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정준하가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하는데도 노홍철이 먼저 구령을 붙이며 노를 젓기도 했다. 그러면 당연히 정준하와 노가 엉킬 수밖에 없다. 정준하는 뒤가 보이지 않으니까. 정준하조에선 물리적 조건 때문에 무조건 정준하에게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노홍철은 그것을 하지 못한 것이다.

즉 노홍철이 한 사람의 예능인으로 모자람이 없는 건 확실하지만 아직 전체를 아우르고 모두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능력, 전체를 위해 자신을 맞추는 능력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것이 노홍철이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성공한 지휘자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다. 자신이 튀고 주도하는 것 이전에 전체를 판단해서 조율하는 능력. 그러기 위해서 때로는 자신이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날 필요도 있다는 것.

노홍철이 전체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남을 격려하면서 맞춰주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면 그는 지금보다 한 차원 더 도약할 것이다. 훌륭한 예능인에서 훌륭한 MC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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