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은 바로 성남 일화입니다. 1994년부터 1996년, 그리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번에 걸쳐 3연패를 이루는 등 모두 7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 명문구단다운 면모를 보여줬지요. 신태용, 고정운, 이상윤, 김도훈, 샤샤, 신의손 등 수많은 축구 스타들을 배출했고, 화끈한 공격 축구는 성남 일화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2009년 이후, 성남 일화는 더욱 색깔 있고 저력 있는 축구로 좋은 성적을 내며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지켜왔습니다. 선수로서는 명성을 날렸어도 감독 경력이 일천했던 만큼 '초보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가운데서도 신 감독은 선수들과의 융화를 통해 뚜렷한 색깔로 좋은 성적을 내며 데뷔 해에 리그와 FA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예상을 깨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오르며 2차례 3연패 못지않은 절정의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과거 스타 군단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선수 구성 가운데서도 젊은 선수들을 잘 조련하고, 끈끈한 조직 축구의 위력을 보여주며 마침내 그토록 바랐던 아시아 정상도 밟을 수 있었던 성남이었습니다.

▲ 지난해 클럽월드컵 3-4위전에 나섰던 성남 일화 ⓒ연합뉴스
그랬던 성남이 새 시즌 들어 초반부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선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문제부터 시작해 그나마 역할을 해줘야 하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생각지도 못했던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지난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7라운드에서 1-2로 패하면서 1승 2무 4패(승점 5점), 15위로 추락하자 신태용 감독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라면서 고민을 털어놓기까지 했습니다. 아시아 챔피언까지 오르고, 언제나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성남 일화에게 '진짜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형님 리더십'으로 지난 2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던 신태용 감독조차도 현재 어렵다고 할 만큼 성남의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상적인 전력 가동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정성룡, 몰리나, 조병국 등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는가 하면 라돈치치의 6개월 장기 부상을 시작으로 남궁웅, 송호영, 윤영선, 그리고 새로 영입한 브라질 외국인 선수 까를로스까지 전력 곳곳마다 부상자 속출로 선수 자원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몰리나의 이적으로 야심차게 영입하려 했던 외국인 선수 수급이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해 결국 신 감독이 원했던 것을 만족하지 못한 자원을 데려와 전력 형성에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감독이 원했던 그림 자체가 시즌 초반부터 만들어지지 않다보니 나름대로 손을 쓰고 싶어도 깔끔하지 못한 모습들이 자주 나타나고, 결과로 이어지고 만 것입니다.

그나마 공격수 조동건, 수비수 샤샤, 홍철, 미드필더 김성환 등이 분전해주고 있지만 아직 손발이 안 맞는 듯 성남 특유의 깔끔한 조직 플레이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리그 초반 3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자 A매치 휴식기에 강원도 고성으로 가 중간 전지훈련을 했을 정도로 조직력이 모두 안 갖춰진 상태에서 리그에 나서다보니 완전한 수준의 전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리그 뿐 아니라 컵대회에도 베스트11을 총가동하면서 경험을 쌓고 조직력을 쌓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또한 득점에서 1경기에 2골 이상 넣은 경기가 전체 10경기(컵대회 포함) 가운데 2경기에 그칠 만큼 정확도가 떨어진 공격력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2연패를 하면서 상대보다 많은 슈팅을 기록했음에도 2경기 모두 1골에 그친 공격력은 공격수 출신인 신태용 감독의 애를 태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문제들이 성남 일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일 수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최하위권으로 처지는 시련을 맛보고 있는 성남 일화입니다.

▲ 신태용 감독은 라돈치치의 복귀를 고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가운데서도 성남 일화는 이러한 시련을 잘 극복해 후반기 대반격을 노리려 할 것입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신태용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위력을 발휘하면 6월 이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다 이미 지난해 아시아 정상 등극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한 만큼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거칠 것이 없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어느 정도 기대는 되고 있습니다.

특히 매 경기마다 베스트 11을 풀가동해 선수 개인의 경기력, 그리고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나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좀 더 풍성해진 스쿼드 운영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온다면 주전, 비주전 가릴 것 없는 전력 형성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전술 운영, 그리고 신 감독이 원하는 조직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지금 이 시기에 기존 선수들마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어느 정도 6강 진입권과 유지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 시기를 오히려 신태용 감독이나 선수들이 잘 활용해 서서히 팀 전력, 분위기를 다져가는 시기로 만든다면 언제든지 차고 올라갈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중반 즈음에 기대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그리고 클럽월드컵에서 유럽 챔피언 인터밀란을 상대로 나름대로 선전을 펼쳤을 때, 어느 팀을 상대해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 팀 컬러를 만들며 강한 인상을 남긴 성남 일화를 많은 팬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힘겨운 2011년 봄날을 보내고 있는 성남 일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을 통해 아시아 챔피언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날이 빨리 올 수 있을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성남의 행보를 많은 팬들은 주목할 것입니다. 지난 2년보다 더 드라마틱한 한 시즌을 보내는 성남 일화가 될지 눈여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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