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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침해' 해리스 비판하면 인종차별?보수·경제지 "할 말 했는데 당·정·청에 친문까지 일제히 공세"…진보 중도지 "인종차별 주장은 아전인수"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1.20 11:3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요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주권침해' 발언 논란의 주인공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옹호하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국의 대사가 한국정부의 남북협력 사업 추진은 미국과 먼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한국에 대한 주권침해이자 이례적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일지만, 주요 보수·경제지는 해리스 대사가 할 말을 했다며 이를 비판하는 당·정·청과 여론을 지적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의 주권침해 발언 논란은 지난 16일 그가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정부의 남북협력 사업 추진 방침에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북한 개별관광을 겨냥해 한 말이다. 

정부는 즉각 남북협력 사업 등 대북정책은 대한민국 주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어 반박했다. 여당에서는 "주한 미대사가 조선총독인가"라는 비난까지 내놨다. 외교관계에 있어 일국의 대사가 주재국 정상의 발언과 주요외교정책에 공개적인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비판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1월 18일 <북 개별관광 속도 내는 정부… 한·미 공조 틈새 벌어질 우려>

하지만 주요 보수·경제지에서는 해리스 대사가 주한 미대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었고, 이를 '주권침해', '내정간섭' 등으로 정부여당이 일제히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사설 <당·정·청 일제히 美대사 공격, 지금 미국과 싸울 상황인가>에서 "친문 지지자들은 인터넷에서 해스리가 일본계라는 점을 부각하며 '일본놈 피가 흘러 찌질하다' '일왕에게 훈장 받고 주한 대사 부임한 X'라고 했다"며 "동맹국 대사의 발언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집권세력 전체가 맹폭을 가한 데 이어 대통령 지지층은 인신공격까지 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지난해 정권은 '친일파 공격' '죽창론'과 같은 반일 선동으로 지지 세력을 결집했다"며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우리민족끼리'와 '반미'로 나라를 가르려고 하나"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北 개별관광 추진, 동맹·제재 균열도 불사하겠다는 건가>에서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은 넘어야 할 큰 산"이라며 "해리스 대사도 이런 우려를 표명한 것이고, 그런 문제를 젖혀두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 그의 직설적 발언을 두고 여당에선 '무슨 조선 총독이냐' '내정간섭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그것 역시 과잉 반응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북-미 협상마저 멈춘 상태에서 정부가 독자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게 김정은 정권이 제재의 탈출구로 매달리는 논란의 관광사업"이라며 "이러니 그런 정부의 태도에서 늘 남측을 향해 '친미굴종의 비굴한 추태'라고 비난하던 북한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20일 사설 <대가 없는 북한 개별관광 허용은 잘못이다>에서 "북한 개별관광이 유엔의 제재 대상에서 빠진 건 사실" 이라면서도 "아무 조건없이 개별관광을 허용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 대북제재, 북한의 선행조치 필요성,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이처럼 적잖은 문제로 해리스 대사가 '금강산 등 북한 개별관광을 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거쳐야 한다'고 밝힌 것은 전체 맥락으로 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와 여권은 북한 개별관광 허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치졸한 해리스 대사 때리기는 당장 관둬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18일 사설 <北의 오판 키울 교류 확대는 안 된다>에서 해리스 대사와 정부 간 입장차이를 소개하며 "중요한 것은 북한 비핵화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 왜 한국정부가 나홀로 남북 협력을 서두르냐는 것"이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美는 뜯어 말리고 北은 뜯어가라는데 금강산 관광 왜 매달리나>에서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금강산에 있는 남쪽 시설물을 2월까지 모두 철거하라는 대남 통지문을 지난해 말 발송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우리만 짝사랑하듯 매달리는 꼴이어서 씁쓸하다"고 고 했다. 

이밖에 CNN,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이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에 대해 한국인들이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을 연상하며 불쾌감을 갖고 있다'며 일본계 어머니를 둔 해리스 대사를 향해 인종차별적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인용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해리스 대사 역시 자신이 한국에서 인종차별적 비난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일종의 프레임 전환을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진보·중도 성향의 언론에서는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주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며 '인종차별' 주장은 '아전인수'격 황당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겨레는 18일 <오만하기 짝이 없는 해리스 대사의 '주권침해' 발언>에서 "개별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미국의 승인도 필요하지 않다. 개별관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미국 정부도 아니고 주재국 대사가 '제재'라는 민감한 단어까지 사용하며 이 문제에 대해 끼어드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해리스 대사는 월권적이고 오만한 발언에 대해 한국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해리스 대사의 대북 개별관광 견제발언, 주권침해다>에서 "대사는 본국과 주재국의 입장을 두루 헤아리며 관계를 증진하는 교량역할을 해야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주재국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고압적 언행으로 말썽을 빚어왔다"며 "그럼에도 자성하지 않고, 문제 발언을 되풀이하는 것은 한·미동맹마저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1월 18일 사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해리스 대사의 ‘주권침해’ 발언>

한국일보는 사설 <도 넘은 주한 美대사 발언, 한미 동맹에 무슨 도움 되나>에서 "미국의 이해를 얻기 위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에 이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까지 방미해 소통하는 상황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적절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인종차별적 비난을 받고 있다'는 해리스 대사에 대해 "아전인수격 발언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해리스 대사의 거듭된 발언 논란은 그가 군 출신이라서 외교 감각이 부족하다는 이해를 일찌감치 벗어났다.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 주권'이라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해리스 대사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서울신문은 20일 사설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반외교적 언행, 한미동맹 해친다>에서 "외교가에서 대사가 주재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금기시돼 있는 사안"이라며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직접 밝힌 남북협력 구상에 일국의 대사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은 외교적 관행을 깬 것으로 문제가 많다. 남북협력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제재’를 운운한 것은 대사로서의 임무를 망각한 월권행위"라고 규탄했다. 

한편, 해리스 대사의 이번 발언 논란으로 과거 그의 발언과 태도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한국정부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하고,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을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내라고 압박하고, 여야의원 회동에선 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느냐고 질문을 하는 등 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한미관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8월에는 참석이 예정돼 있던 국내 안보 행사에 불참을 통보하고 미국 햄버거 브랜드의 국내 개점 행사에 참석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해리스 대사의 공개적 실망 표출에 한국정부가 자제를 요청하자 이에 대한 불쾌감으로 이 같은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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