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한국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출생과 외모를 둘러싼 지적이 일고 있다'는 외신 보도는 일종의 물타기라고 했다. 해리스 대사의 연이은 무례한 발언으로 한국에서 반발 여론이 일자 외신에서 수습에 나섰다는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금강산 개별관광 등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 향후 제재 가능성을 운운하며 미국과 먼저 협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부 여당의 반발을 일으켰다. 또한 해리스 대사는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며 “나의 출생에 식민지 역사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한 인터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며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감쌌다. CNN과 뉴욕타임즈 등은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국내 반발 여론을 두고 “해리스 대사가 많은 한국인들에게 일제 식민지배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기사를 내놨다.

지난 17일 CNN의 ‘인종주의, 역사, 정치: 왜 한국인들은 미국 대사의 콧수염에 화를 내는가’라는 제목의 기사 (사진=CNN 홈페이지)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20일 tbs<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국 대사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또는 한미 관계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는 있지만 대사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직접 우리 허락을 받아야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일종의 주권 침해적 발언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외교 관련 비엔나 협약으로 외교관들은 면책특권이 보장되고, 협약에 따라 아그레망을 받고 한국에 부임했지만 이렇게 험한 말을 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면 ‘PNG’(Persona Non Grata, 기피인물)로 분류돼 배척 대상이 될 수 있다”며 “PNG가 되고도 남는 건데 그렇게 될 것 같으니 미 국무부가 불을 끄느라 난리가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수석부의장은 “난데없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CNN 등이 한국 사람들이 미 대사의 출생과 외모 때문에 비난하는 댓글이 쓰여있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미국으로 쏠리는 비판의 눈초리를 돌리려는 “일종의 물타기”라고 했다.

CNN은 지난 17일 ‘인종주의, 역사, 정치: 왜 한국인들은 미국 대사의 콧수염에 화를 내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 해리스 대사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점을 문제 삼는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인 어머니와 주일 미군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라고 설명하며 “일본인이 아니고 미국 시민이며 그를 일본 혈통으로 부르는 것은 미국에서는 거의 인종차별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CNN은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일제 강점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 인종차별, 방위비 협상 요구 와중에 한미 간 수십년 지속된 동맹의 미래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보도는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는 발언 이후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통일부, 청와대까지 나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해리스 대사가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를 20번 정도 반복했다”고 밝혔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미국 대사의 무례한 발언과 주권 침해적 행동에 분개하기 전에 해리스 대사 머릿속에는 ‘이 동네 와서는 이렇게 해도 돼’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든 측면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사관에서 부르면 바로 달려가는 국회의원들의 태도 등이 해리스 대사의 오만함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정 수석부의장은 남북 관계에 있어 외교부와 통일부가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주체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시한 사업들인 DMZ 평화지대화, 2032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남북 공조, 철도도로 연결 등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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