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포츠든지 부상은 선수 개인, 그리고 팀에게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다줍니다. 특히 한창 시즌 중이거나 대회 중간에, 또는 임박해서 다치면 때로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상 재활을 통해 전환점이 돼서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팀 전체가 자극을 받고 쾌조의 성적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K리그가 개막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도 적지 않고, 그 덕분에 여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개막 이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면서 애를 태웠던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부상으로 인해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못했던 선수들이 그들입니다. 특히 몇몇 팀들은 이들 때문에 영향을 받아 어느 해보다 처진 성적을 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들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몸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순위 경쟁을 벌이는 최근 팀에 합류해 서서히 제 모습을 보여주고 팀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상승세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몫 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시즌이 치러지는 가운데 최근에 모처럼 복귀하거나 복귀가 임박해 활약할 이른바 K리그 스타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잔인한 3월'을 보낸 FC 서울은 4월 들어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부상에서 복귀한 하대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대성은 지난해 FC 서울의 우승 주역으로서 한 축을 담당한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시즌 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전 더비 매치였던 수원전 0-2 완패를 그저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울산현대와의 6라운드에서 복귀전을 치러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잘 해내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비기기는 했어도 하대성 덕분에 서울은 이전보다 좀 더 나아진 전술 운영을 펼 수 있었고, 새로운 기대감을 갖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 최태욱
하대성의 복귀로 보다 나은 전술 옵션을 꾸릴 수 있게 된 서울은 1-2주 안에 복귀가 예상되는 최태욱에도 역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측면 자원으로서 빠르면서도 감각적이고 성실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최태욱이 가세할 경우, 서울 그리고 황보관 감독이 원했던 '진짜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간 꽉 막혀있던 서울의 공격력에 힘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부상으로 오랜 침묵을 깨고 서서히 팀에 녹아들며 본인의 가치도 높이고, 팀 분위기 상승을 노리는 경우가 최근 몇몇 팀에서 잇달아 나타났습니다. 바로 수원의 베르손과 울산의 김영광도 그랬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야심차게 데려온 수원 삼성의 브라질 외국인 선수 베르손은 지난 15일,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러 호평을 받은데 이어 AFC 챔피언스리그 가시마전에도 나서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개막 이후 한 달 넘게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베르손이 복귀하면서 윤성효 감독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공격 자원을 원하는 수원 입장에서 베르손의 부상 복귀, 그리고 활약은 수원 입장에서 천군만마와 같은 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3월을 힘겹게 보낸 울산 현대는 주전 골키퍼 김영광의 복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오른 무릎 십자 인대 수술로 5개월 넘게 실전에 뛰지 못했던 김영광은 지난 20일, 러시앤캐시컵에서 복귀전을 치러 팀의 2-1 승리를 견인하고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아직 정상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워낙 경험이 많은데다 회복도 빠른 만큼 5월이 지나면서는 정상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것으로 점쳐집니다. 울산 입장에서는 한동안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은 울산의 뒷문을 김영광이 탄탄하게 잠그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 김형범
오랜 부상으로 고개를 떨궜다가 부활한 모습으로 '인간 승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북 현대의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김형범의 복귀가 그렇습니다. 뛰어난 프리킥 능력, 경기 감각을 갖추고도 잦은 부상으로 많은 아쉬움을 보였던 김형범은 최강희 전북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자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김형범이 지난해 또 한 번 찾아온 부상 악령을 떨치고 최근 그라운드 복귀를 목표로 전술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복귀전에서 또 한 번 부상을 당해 땅을 쳤던 안타까운 모습을 더 이상은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김형범의 부활은 2년 만의 우승을 꿈꾸는 전북 현대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격수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1년 넘게 재활에 매달렸던 제주 유나이티드 심영성의 복귀도 눈길이 갑니다. 2007년 U-20 월드컵에서 이청용, 기성용, 신영록 등과 함께 맹활약하며 그야말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심영성은 지난해 초, 교통사고로 무릎뼈가 산산조각 나는 큰 부상을 입으며 사실상 선수 생활을 접을 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피나는 재활 노력 끝에 드디어 자체 연습 경기까지 소화하는 데 성공,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홀로 분전하고 있는 신영록과 U-20 월드컵 이후 4년 만에 호흡을 맞춰 제주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심영성이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또 다른 한 편의 '인간 승리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상 선수들의 회복, 그리고 활약상은 분명히 내외적으로 신선한 바람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들의 가세로 더욱 치열한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K리그. 울고 웃는 선수, 그리고 팀은 누가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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