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딸 KT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성태 의원 딸이 특혜를 받아 채용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석채 전 회장이 서유열 전 KT 사장에게 채용지시를 내렸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김성태·이석채·서유열 일식집 회동’이 2011년이 아닌 2009년이었다는 게 이 같은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김성태 의원은 국회 횐경노동위원회 간사였던 2012년 이석채 전 KT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돕는 대가로 딸을 부정채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KT 계약직이었던 김성태 의원 딸은 2012년 진행된 공개채용에서 입사지원서를 정상적으로 제출하지 않고 적성검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성태 의원에게 징역 4년, 이석채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지난해 10월 이석채 전 회장에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석채 전 회장이 유력인사 친인척·지인 12명을 부정한 방식으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성태 의원 딸이 공개채용 절차 중간에 태워질 수 있었던 것은 이석채 전 회장으로부터 시작된 정규직 전환 및 정규직 채용지시에서 기인한 것”이라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공개채용에 응시한 수많은 지원자에게 배신감과 좌절감을 준 것이 자명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김성태 의원과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성태 의원 딸이 일반적인 지원자에게 주어지지 않은 특혜를 받아 채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뇌물수수·뇌물공여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시한 ‘일식집 회동’ 시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검찰은 김성태 의원이 2011년 이석채 전 회장, 서유열 KT 전 사장을 일식집에서 만나 딸 채용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성태·이석채·서유열 회동은 2011년이 아닌 2009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일정표 및 수첩, 서유열 전 사장 법인카드 내역을 보면 회동은 2009년 이뤄졌다”면서 “2009년 김성태 의원 딸은 계약직 채용도 되기 전인 대학생이었다. 이날 회동에서 김성태 딸과 관련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식집 회동’은 이석채 전 회장의 특혜채용 가담 여부를 증명하는 결정적 사건”이라면서 “하지만 (회동 시기가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이기 때문에) 서유열 전 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 이석채 전 회장이 서유열 전 사장에게 채용지시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성태 의원 딸이 다른 지원자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특혜를 받아 채용된 건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뇌물공여 수수죄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2인 이상의 인물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범죄를 실현하는 것’을 뜻한다. 이석채 전 회장의 뇌물공여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김성태 의원의 뇌물수수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이 끝난 후 김성태 의원은 “이 사건은 드루킹 특검 정치보복에서 비롯된 김성태 죽이기”라면서 “특검 인사의 지역구 무혈입성을 위한 정치공작의 일환으로 이 사건은 분명히 시작되었다.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더 이상 특별한 항소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이제 총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재판장에 들어서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허위진술과 허위증언에 의한 형편없는 기소”라면서 “재판 과정에서 많은 게 바뀔 거다. 겸허한 마음으로 재판을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의원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 방청석에 있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요청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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