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애인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를 비판한 자유한국당 성명 역시 장애인 비하 발언을 담고 있어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해찬 당 대표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서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인재영입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질문 받은 이 대표가 민주당 1호 영입 인재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만난 일을 꼽으며 한 말이다. 최혜영 교수는 24살 때 빗길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씀'에는 15일 이해찬 당 대표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영상은 현재 지워진 상태다.

이 대표는 선천적인 장애인들을 근거 없이 의지가 약하다고 깎아내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장애가 발생하기 이전을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이라고 표현해 장애인의 삶을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 사는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위 위원장은 16일 자신의 SNS에 "문제는 인용이 아니라 인식"이라며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인격적 존재로 생각하지 못한 채 신념화된 차별을 반복적 언행으로 드러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천적 장애인을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자가 약한 존재라고 격하했고 이를 통해 존엄을 훼손당한 이들은 직접적으로 비하를 당한 선천적 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비교대상으로 전락한 후천적 장애인들이기도 하다"고 썼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고 이 대표는 1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어느 쪽을 낮게 보고 한 말이 아니다”며 “이러한 분석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한 말인데 결과적으로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해찬 대표 발언을 비판한 자유한국당도 사정이 더하면 더했지 크지 다르지 않았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5일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며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문제 발언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3주 전에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일 ‘2019년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회 의장과 각 정당대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정치인의 혐오표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했다.

또한 인권위는 지난해 접수된 전·현직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 진정 건에 대해 “장애인 비하 발언은 사회에 미치는 해악적 영향력이 크기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촉구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진정인들이 문제 삼은 발언에 이해찬 대표의 “정치권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대표의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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