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9일, 1월23일, 2월7일, 3월6일, 3월11일, 3월22일, 4월1일, 4월2일, 4월15일, 4월16일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생떼 같은 소중한 목숨을 잃은 날들이다. 올 들어 벌써 11명째라고 한다. 보름이 머다 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셈이다.

먼저, 이 죽음에 대해 거의 몰랐음을 고백한다. <미디어스>는 기자들이 각각 아침신문, 방송뉴스, 아침 라디오방송 등을 나눠서 맡은 뒤 매일 오전 회의를 통해 하루치 아이템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중 내가 맡은 것은 방송 3사의 메인뉴스.

▲ 4월 16일 KBS <뉴스9> 10번째 꼭지.
하지만 나는 방송 메인뉴스에서 4대강사업 보도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얼마 전 KBS가 '단독보도'라며 호들갑스럽게 정부의 4대강 2단계 사업 추진에 대해 보도한 것을 제외한다면. 덕분에 다른 기자들의 입을 통해 "오늘도 4대강에서 1명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그 숫자는 이제 19명이 되었다.

정부의 4대강 속도전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죽음. 이렇게 외면해도 되는 것일까. 방송 3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올 한 해 '4대강'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니 '사망' 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KBS 메인뉴스에는 "4대강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시는 분도 많지만 아마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4월 16일)이라는 대통령 발언이나 "정부가 희망하는 자치단체에 한해 4대강 지류를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4월 15일)는 정부 발 소식만이 넘쳐난다. 올해 사망자가 11명에 이르지만, 단 한 명의 죽음도 보도되지 않았다. 메인뉴스 뿐만 아니라 모든 뉴스를 통 틀어서 그렇다.

SBS 역시 마찬가지다. 4월 16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낙단보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보와 인접한 기계실의 건물 지붕이 무너져 내려 32살 하모씨 등 현장 직원 2명이 매몰돼 숨졌다"는 단신 기사 외에는 사망 관련 기사를 한 건도 찾을 수 없다.

이 두 줄짜리 기사를 통해서는 올 들어 11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기사는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 보도된 것도 아니다. 당일 <8뉴스>에서는 벚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여의도에 모인 200만 인파 등이 보도됐었다. 잇따르고 있는 4대강 공사현장 사망자의 소식은 지난 16일 '그나마' MBC <뉴스데스크>에서만 리포트로 한 차례 다뤄졌을 뿐이다.

방송들은 정부 최대 국책사업의 추악한 이면으로부터 애써 카메라와 펜을 거둔다. 강과 사람의 끔찍한 죽음. 이와 함께 '언론으로서의' 방송도 죽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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