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은 한국 언론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의무이자 책임일까?

여은경(55) 전 영남일보 노조위원장이 17년 전 영남일보 노조의 파업을 다룬 책 <당신들의 천국으로 전락한 땅에 안주할 수 없다>(도서출판 송화)를 펴냈다.

여씨는 '자주언론'의 기치를 내걸고 1990년 8월 10일부터 113일간 계속된 자신들의 파업을 '한국언론이 숙명적으로 겪어야 할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첫번째 투쟁'이라고 규정했다.

대구·경북 신문사로서는 건국 후 처음으로 파업을 전개한 이들은 생존권과 편집권 독립을 위해 대자본을 앞세운 6공의 언론장악 구도에 맞서 싸우다 결국 전원 해고됐다.

파업사태의 발단은 영남일보 복간 당시 자금지원을 약속한 거대자본인 대우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비롯한 횡포.

▲ <당신들의 천국으로 전락한 땅에 안주할 수 없다>(도서출판 송화)
여씨는 이를 "애초부터 자신들의 '입에 맞는 떡'으로서의 신문을 갖기 위한 배타적 소유권이 목적이었던 대우는 신문이 나오기도 전에 자금줄을 봉쇄, 형식적 사주인 이재필 사장에게 사원들의 원망이 쏠리게 하는 교묘한 방법으로 그를 몰아내고 경영권을 장악했다"고 표현했다.

지난 2006년 삼성관련기사 삭제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를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주요하게 말하고자 하는 '자본의 언론장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언론사에 몸을 부쳐먹고 살아야 하는 기자들의 숙명적인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여씨는 머리말에서 "노동조합이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했던 재벌의 언론유린 반대 - 편집권 독립 - 생존권 수호의 깃발은 오는 세대의 손쉽게 살려는 언론인들에게는 꺼림칙한 걸림돌이 될 것이지만 우리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책은 요즘 나오는 책들에 비해 투박하며, 세련된 편집으로 보기좋게 꾸며지진 않았으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본에 맞섰던 노조원들의 '진정성'이 책장마다 묻어난다.

책은 파업에 돌입하게 된 자세한 과정을 담은 1부 '영남일보사노동조합 파업투쟁 백서', 113일간의 파업 당시 상황을 기록한 2부 '첫 눈 올 때까지만 파업할 끼다', 파업에 대한 각계의 지지 성명서를 그대로 실은 3부 '재벌의 언론장악 음모 용납할 수 없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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