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리그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에 가면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성 축구팬들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플래카드를 만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또는 지지하는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가 하면 경기가 끝난 뒤 버스를 타는 선수를 향해 환호하는 여성팬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하게 응원의 한 축을 이루며 서서히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몇몇 팀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라 꽤 상당수 팀들에 퍼져 있다는 점입니다. 월드컵 때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여성 축구팬들이 K리그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움직임을 보이며, K리그 전체에 함박웃음을 짓게 하고 있습니다.

▲ K리그 경기장에 몰려든 여성 축구팬들 (사진: K리그 명예기자 박선미)
그 시작은 국가대표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올해 1월에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을 통해 지동원, 윤빛가람 등 젊은 K리거들의 활약이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요. 실력도 좋고, 경기 외적으로도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뭇 여성팬들의 주목을 끌어내기 시작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해당 선수의 소속팀, 그리고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몇몇 경기에서는 해당 선수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아이돌 스타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미 여성팬의 K리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것은 10여 년 전에 있었습니다. 안정환, 고종수, 이동국, 김은중 등 이른바 'F4'의 등장에 오빠부대가 생겨나고, 이는 자연스럽게 K리그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열기를 가져다 줬습니다. 하지만 선수 개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뿐 이것을 자연스럽게 팀에 대한 관심, 나아가 지속적인 리그 흥행 정착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결국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재능 있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많아지면서 K리그에 오빠부대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물론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길거리 응원을 통해 '000걸' 등이 주목을 받는 등 여성 축구팬들의 잠재력은 꾸준하게 주목받았습니다.

그랬던 여성 축구팬들이 10여 년 만에 다시 K리그로 돌아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K리그 팬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점이며, 이에 자극받아 선수 뿐 아니라 팀 자체를 좋아하게 된 여성팬들이 10여 년 전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는 것입니다. 흥행, 수익을 바라는 K리그 팀들 입장에서도 여성팬들은 아주 중요한 팬이었고, 이들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즌 초반부터 행해지면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6라운드까지 치러진 가운데서 FC 서울, 수원 삼성, 부산 아이파크, 인천 유나이티드 등은 한 경기를 여성팬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지정하고 다양한 사은품 증정, 이벤트를 열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수원은 경기장에 여성 화장실을 늘리고, 파우더룸을 설치하는 등 시설 확충에도 노력을 기울였고, 김준수, 김현중 등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포진된 연예인 축구단 'FC MEN'을 창단해 10대 여성팬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등 공격적이고 다양한 여성 팬 마케팅을 선보였습니다. 또 경남 FC는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던 윤빛가람에게 단독 팬사인회를 열게 해 여성팬들이 2시간 동안 줄이 이어지는 엄청난 관심을 끌어내고, 이들을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여심(心)을 사로잡기 위한 특수 팬 마케팅 덕분에 K리그 경기장에도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은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여성팬들이 역대 한국 스포츠 흥행에서 차지한 비중은 상당했습니다. 남성의 전유물과 같던 스포츠 분야에 여성의 관심이 증가했던 것은 자연스럽게 역대 최고 흥행이라는 수식어가 달라붙는 계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그리고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의 흥행이 바로 대표적인 케이스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K리그에 돌아온 오빠부대는 분명히 좋은 현상이며,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각 팀들의 지속적인 노력 역시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을 꾸준하게 발걸음하게 하기 위한 각 구단, 그리고 연맹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더욱 뒷받침되고 여성팬들 역시 고정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제2의 K리그 르네상스' 그리고 원했던 흥행 밑그림은 그려지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행복한 웃음꽃, 환호성이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K리그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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