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판문점 귀순 병사’인 오청성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둘러싼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언론이 신중한 태도로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민동기 고발뉴스 기자는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오청성 씨 영웅 혹은 의인 만들기 보도를 하고 TV에 출연시키고, 북한 비판에 오 씨를 활용하다가 문제가 불거지니 버리는 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이 오 씨가 음주운전 사고로 귀순했다는 배경을 알고도 TV에 출연시키고 미담 기사를 쏟아내더니, 최근 음주운전 혐의가 알려지자 ‘또 음주운전’이라는 식의 과도한 보도를 쏟아내는 건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27일 TV조선 '모란봉 클럽'에 나와 방송하는 오청성 씨의 모습 (사진=TV조선)

경찰에 따르면 오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금천구 시행대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당시 오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지난 9일 동아일보 단독보도로 음주운전 소식이 알려졌고 오 씨가 패널로 출연하던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모란봉 클럽’에서는 출연분을 통편집했다고 밝혔다.

오청성 씨가 언론에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7년 11월 귀순부터다. 맨몸으로 달려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넘어오던 오 씨는 북한군이 쏜 총에 5, 6군데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 당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지며 주목 받았다.

3개월 뒤인 2018년 1월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 오 씨의 귀순 배경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귀순 당시에 군 동료와 술을 마시다가 운전해 사고를 냈고 처벌이 두려워 우발적으로 귀순했다는 내용이다.

민 기자는 “목숨을 건 탈출을 했기 때문에 귀순 당시에는 언론 보도가 이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귀순 배경(음주운전) 등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관련 보도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2018년 2월 12일 <“소주 7병 마셔 만취 오청성, 교통사고낸 뒤 우발적 귀순”>

민 기자는 특히 TV 출연 문제를 지적했다. 오 씨는 TV조선 ‘모란봉 클럽’에 패널로 출연해 ‘외모가 현빈을 닮았다’는 이유로 언급되거나 ‘오창성 씨가 밝힌 신세대 북한군의 은밀한 비밀’ 제목의 클립영상으로 편집되는 등 방송에 수차례 등장했다.

민 기자는 “귀순 배경을 언론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 씨의 영웅 만들기 보도는 계속됐고 TV에 출연시킨 것도 언론"이라며 "오 씨 보도에 언론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 기자는 최근 오 씨의 음주운전 혐의 보도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9일자 <단독/北서 음주사고 뒤 귀순 오청성, 南서 또 음주운전>에서 오 씨의 귀순 이유를 강조하고 오 씨가 평소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음주운전‘오청성, 외제차·차량 2대?...”韓서 돈 벌기 어려워“>(이데일리), <北서 음주운전 했던 오청성, 외제차 몰며 또 ’음주운전‘ 檢송치>(세계일보)같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민 기자는 "언론이 이중적인 것 같다"며 "그동안 오 씨를 (언론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다가 문제가 불거지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청성 씨 보도에서 과하거나 부족했던 부분은 없는지 그리고 TV 예능에 까지 출연시킨 종편은 반성할 부분은 없는지 조금 냉정히 되돌아봐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北서 음주사고 뒤 귀순 오청성, 南서 또 음주운전_종합 10면_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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