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6일 예정됐던 2020년 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가 무산됐다. 이상문학상을 만든 출판사 문학사상사와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가들 사이에 저작권 양도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금희 씨는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상문학상은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상이고 훌륭한 작품들이 조명된 상”이라며 “이 상의 권위는 독자와 작가가 만들어온 것인데 이를 운영하는 곳에서 작가의 권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는 것에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사진=CBS)

김 작가는 최근 이상문학상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계약서를 이메일로 받았고, 이 상을 받을 경우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라는 조건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소설가가 본인 글로 개인 단편집을 낼 때 표제작, 타이틀로 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도 있었다.

김금희 작가는 “수상작 선정 소식을 듣고 계약서 관련 이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열어봤더니 제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문학사상 측에 양도한다는 규정과 작품집을 내더라도 표제작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 출판사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제가 언제 작품집을 낼 예정인지 확인한 후 (표제작, 타이틀 사용 등은) 괜찮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저작권자는 저인데 저한테 괜찮다고 허락하는 모양새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에 그 이유를 묻자 “지켜온 룰”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해당 조건이 앞선 우수상 수상자들에게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김 작가는 “제가 SNS에 이를 올리고 나서 2018년 우수상을 받으신 두 분의 작가분이 그런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조건도 없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김 작가의 문제 제기 이후 최은영, 이기호 소설가 등 수상 후보작 작가들이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다. 출판사는 작가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소통 강화와 문제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작가는 “주고받은 이메일과 저작권을 양도해야 한다는 계약서가 있는 상황에서 무슨 소통과 무슨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문학사상 측에서는 우수상의 경우 저작권 양도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증거가 있냐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그때부터 제가 받은 계약서와 이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내드리고 있다”며 “만약 문학사상 측에서 이게 문제가 있다고 인지했다면 전통성 있는 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지 기사가 나온 이후에도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저한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우수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연락해 설명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상문학상 수상을 포기한 결정에 대해 “작가에게 작품은 전부이기에 그 전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고 가능하지 않다 생각해 금세 결정했다”며 “다만 우수상으로 선정된 다른 작가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망설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이 단계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계속 그런 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식으로 보였기에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44회를 맞은 이상문학상은 이상을 기리기 위해 1977년 만든 권위있는 국내 문학상 가운데 하나다. 김승옥 작가를 비롯해 이청준, 최인호, 박완서, 은희경, 한강 등 대한민국 소설계에 유명한 작가들이 받아왔다. 매해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골라 대상과 우수상을 엮은 작품집을 1월마다 내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