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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의혹에서 드러난 '데이터3법'의 위험성여론조작 근간 이루는 불법 개인정보 거래… '가명정보' 재식별·유출, 처벌 강화로 해결?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1.07 08:5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해커나 데이터 기업들이 벌금이나 과징금이 무서워 법 위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이들은 발각될 가능성이 적기도 하지만, 발각되어 벌금이나 과징금을 내더라도 그게 더 이익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도둑질하고 유출을 활용한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의 이상윤 책임 연구원은 이른바 '데이터 3법'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참여연대 시평 '기업이 내 동의 없이 내 정보를 가져다 쓴다?'. 2019년 11월 13일.)

4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조작된 세계, 음원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에서는 '순진함'이 우리사회 공정성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그 일면을 보여주었다. 음원 순위 조작 의혹의 바탕에는 일명 '매크로' 프로그램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근간에는 불법적인 개인정보 거래가 있었다. SNS를 통해 음원사이트 아이디를 구매하려고 마음 먹으면, 개당 2만원에 얼마든지 구매가 가능하다는 업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음원사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인에게 수십개의 음원구매내역이 전송되고, 특정 아이디에서 이용자가 재생한적도 없는 음악들이 수십번 재생됐다. 기술적으로 이를 구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비단 음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월 4일 SBS <그것이 앞고싶다-조작된 세계, 음원사재기인가 바이럴마케팅인가> 방송화면 갈무리

'그것이 알고싶다'는 방송 말미에서 이 같은 말을 덧붙였다. 

"법이 있되 법의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기획사는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며 수사당국, 관계부처에 조사를 요청했다. (중략)이번에야말로 누가 불법 음원재생을 의뢰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의 아이디가 쓰였고, 어떤 방식으로 접촉을 한 건지, 왜 온라인에서 버젓이 개인정보가 거래되는지 기획사와 브로커 실행사, 음원사이트는 물론 불법을 방임한 관계당국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법이 있되 법의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발생 시 법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할 수 있는 '데이터 3법'의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인정보 관련 법률 개정안을 일컫는다. 개인정보의 일부 내용을 지운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기업들이 산업적·상업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데이터 3법'을 추진 중인 정부여당은 기업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때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한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과 과징금 등을 부과해 개인정보 활용 주체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이견이 없어 법안 통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가명정보'는 익명정보와 달리 정보 결합 시 재식별 위험이 높은데다 한국의 현행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타 국가와 비교해 강한 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사회적 숙의를 통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하되, 안전하게 활용하자는 취지다. 시민사회가 데이터3법 원안이 통과 시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정부가 수습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3법' 논의 이전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피해구제 사례는 어떨까. 지난해 12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망 개인정보 유출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신고시스템이 운영된 2012년 8월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총 7428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유출건수가 확인된 6234만 건에 대해서는 81억 8381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유출 건당 평균 131원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피해 배상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킹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시 기업이 법에 정해져 있는 개인정보보호 조치들을 실행해왔다면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18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 사건,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싸이월드 사건, 870만건, 11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KT 사태 등에 대해 법원은 모두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가운데 어디선가 유출된 개인정보는 정보주체도 모르게 버젓이 사고팔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데이터3법' 처리와 그 내용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노동·의료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 3법' 개정 추진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응답이 81.9%, 정보주체 동의없이 '가명정보'를 수집·이용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응답이 80.9%로 집계됐다. '경제발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권리 일부라도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66.7%가 '포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런가하면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데이터3법'의 정보주체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데이터3법' 중 하나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정보주최 권리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법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6가지 부대의견을 달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안을 넘겼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6가지 부대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법사위에 접수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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