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도 각 방송사 주요시간대의 톱뉴스는 어김없는 귀성전쟁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역시 ‘어김없이’ 수많은 국민들이 고향을 찾아가느라, 갔다가 돌아오느라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고통 받았다. 해마다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개선책은 없었다. 도로공사가 예측한 고향까지의 소요시간은 역시 믿을 게 못되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욕에 넘쳐 오버한다는 비판까지 받는 대통령직 인수위는 전국 대도시권의 출퇴근 시간대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할인한다는 정책을 제시하였다. 당선자의 측근이자 새로운 정부의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될 예정인 모 의원도 명절 때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평일에는 반값을 할인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바도 있었다. 지금의 사정이 이러하니 이전부터 경인고속도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 등을 비롯한 각종 고속도로에서 계속되어 온 통행료를 둘러싼 논란을 한번 살펴보고 싶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고속도로 체증 … 통행료 징수 타당한가

▲ 한겨레 2월6일자 9면.
먼저 지속적인 교통체증으로 인해 이미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일부 상습 정체구간에서 꼬박꼬박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지적하면서 통행료를 면제하거나 국도로 전환해야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도로공사 측이 최근 공개한 ‘고속도로 제한속도 실태’를 보면 전국 고속도로 24개 노선(총연장 2,874㎞) 가운데 법정 최저속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간 길이가 전체의 9% 가량인 255.2㎞나 된다고 한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기흥-판교(27.7㎞)와 영동고속도로 신갈-호법(31.4㎞) 구간은 정체가 가장 심해 각각 주말 오전 11시~낮 12시(부산방향)와 주말 오후 8~9시(인천방향) 사이 평균속도는 고속도로 최저제한 속도(시속 50㎞)의 절반 가량인 시속 2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초기 투자비가 회수됐고 통행료 수입이 고속도로의 유지관리비를 훨씬 초과하는 도로에서도 계속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며, 출퇴근이나 물류이동이 많은 평일에는 통행료를 50% 인하하고 설, 추석 등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명절 연휴에는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있다. 이는 현행 유료도로법의 개정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여서 관련 법령을 뒤에서 상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일부 민자유치 도로의 경우나 신규 개통 고속도로의 경우에는 투자비가 부풀려지고 교통량 예측도 정확하지 않아 통행료 산정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하다. 주로 신설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해야 하는 인접지역 주민들에게서 제기되는 주장으로, 면밀한 검토를 거쳐 통행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고, 인접지역 주민들에게는 통행료를 면제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법정 최저속도 미만 구간, 전체의 9% … 저속도로?

이런 주장에 대한 도로공사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속도로 지·정체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며,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올려 이를 통제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통행료를 감면하기 보다는 상습구간 통행료를 올려 고속도로 차량 통행을 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성수기의 경우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올려 해당 시간대 수요를 분산시켜야 하는데,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지·정체 혼잡구간 통행료를 면제하면 오히려 통행량이 늘어 교통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난다며 통행료 인하 주장이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것이라는 점을 피력한다. 미국은 상습정체 시간대에 통행료를 올려 차량통행을 조절하고 있으며, 우리는 통행료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명절 때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진ㆍ출입을 통제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고 타당하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통행료를 할인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어 오히려 교통체증이 가중되고 도심의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도로공사는 반박한다.

또 통행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하면 신규도로 개설을 위한 재투자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유지관리 비용은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지 되묻기도 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차량들로 일부 구간에서는 상습적인 지·정체가 빚어지는 상황에서 고속도로를 추가로 건설하거나 확장할 수 없다면 보통문제가 아닐 것인데, 이러한 비용을 만약 국고에서 충당한다면 이는 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통행료 올려 수요 분산시키는 게 바람직” 반박

▲ 한국일보 2월6일자 6면.
그렇다면 관련 법령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도로공사가 나름대로 논리적 반론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국회에는 법률 개정안이 왜 계속 제출되었을까?

고속도로 통행료는 유료도로법과 그 시행령 등에 그 근거 규정이 있다. 먼저 유료도로법 제16조 제3항의 규정이 문제이다. 이 조항은 “통행료의 총액은 당해 유료도로의 건설유지비총액(유료도로관리청이 손실보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가예산 또는 제2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특별회계에 계상된 손실보전준비금을 포함한다)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으며,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10조 제1항은 “유료도로관리청은 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30년의 범위안에서 통행료의 수납기간을 정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결국 유료도로법과 동법 시행령에 명시된 위 기준에 따르자면 경부선 등 주요 고속도로에선 더 이상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도로공사가 '특이한 계산법'을 통해 통행료 징수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료도로법이 고속도로의 통행료 수납 총액을 건설 유지비용의 총액 범위 안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고속도로의 공익성 때문이다. 즉, 고속도로는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이를 수익사업으로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다.

작년 12월을 기준으로 보면 경부, 경인, 호남, 남해, 울산선 등 주요 고속도로의 통행료 투자비 회수율이 이미 170~500%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위 법 조항에 따르면 위 고속도로에선 더 이상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는 것이다.

고속도로 공익 위해 존재 … 정부가 수익사업으로 삼을 수 없어

또 위 시행령에 명시된 규정에 의하면 ‘통행 요금은 건설 후 30년 이내에서만 회수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건설 38년에 이른 경부고속도로 등은 아예 요금 징수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현재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고속도로는 경인(69년)·경부(70년)·울산(74년)·영동(75년)·남해(73년)·호남(73년) 등 6개 노선이며, 이 가운데 투자비가 회수됐다고 분석된 노선은 2005.말 현재 이미 전국 19개 고속도로 가운데 앞서 살핀 5개 노선에 달하였다고 한다. 울산선의 경우 회수율이 464.3%에 달하고 경인선(307.6%)과 경부선(225.3%)은 물론 호남선(175.6%), 남해선(173.7%)도 그동안 건설비용 이상의 통행료를 징수했다는 것이다. 이들 5개 노선의 건설비용은 6조9천298억원인데 통행료로 회수한 금액은 15조1천482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1970년에 완공된 경부고속도로의 총공사비는 430억원(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환산 시 현재가 7천30억원 상당)이지만 2006년 경부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액만도 초기투자비에 근접한 6천602억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 사이 도로공사의 당기 순이익은 1970년 3억원에서 2006년 586억원으로 195배나 급증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제 적어도 오래된 도로에서는 경우에 따라 통행료를 감면하여 주는게 옳지 않느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하여 도로공사는 유료도로법 상 통행료는 이용한 사람에게 편익의 반대급부로 징수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또한 최소한의 재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건설과 유지관리에 소요된 원가만을 회수하는 ‘원가상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경인고속도로와 같이 건설 후 30년 동안 통행료를 징수한 고속도로는 건설비를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무료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통합채산제’라는 원칙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개통 후 30년’이라는 자구해석에 얽매어 자의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법을 해석하는 바람에 빚어진 오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말처럼 유료도로법 제18조는 통합채산제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둘 이상의 유료도로가 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관리권자가 동일하고 서로 교통상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당해 유료도로에 대하여 통행료를 받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전체 고속도로를 통합하여 통행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도로공사는 이 조항에 따라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고속도로를 단일한 노선으로 보고 통행료를 징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됐을 때 통행료를 조정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이 노선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짧아졌기에 통합채산제에 의해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해야 하는 원리에 따라 통행료를 인하했다는 것이다. 인천시민이 이용하는 경인고속도로와 마산시민이 이용하는 남해고속도로가 관련성이 없다는 일부의 주장이 맞다면,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는 서로 다른 노선이기 때문에 서울∼부산 고속도로 통행료는 내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도로공사 “민자 고속도로 제외하고 모든 고속도로가 단일노선”

그래서 개별 고속도로 이용자는 해당 고속도로에서 징수한 총 통행료가 그 고속도로의 건설유지비 총액을 넘는 경우에도 계속 통행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낙후된 지역의 재투자를 위해 이미 투자비가 회수된 노선의 경우에도 통행료 징수가 불가피하며, 명절에 통행료를 면제할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역시 가격원리에 따라 도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늘어 교통 혼잡이 예상되고 면제시간 운영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도로공사는 건설 후 30년 지난 도로라도 인접한 다른 도로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맞닿은 도로간 평균을 내야 하며, 이 계산에 따르면 도로 전체의 총 건설 비용 대비 투자 회수율은 30%가 채 안되고 도로들의 건설 시점도 평균내면 30년에 턱없이 부족하므로 통행료를 감면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계산 대로라면 전체 도로의 투자 회수율이 100%가 되거나 혹은 전체 평균 운영기간이 30년이 넘어야만 통행료 징수를 마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나 이는 아무리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새 도로는 매년 새로 지어지기 때문에 통행료 징수를 마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유료도로법과 시행령 상의 조항들은 별도로 규정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통합채산제를 명시한 규정의 부수조항으로 두거나 하위법에 위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게다가 매년 통행료를 인상해온 것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유료도로법상 통합채산제는 사실상 통합징수에 관한 규정에 불과한데다 각각의 노선이 교통상 관련이 있고 일체로 건설되는 경우에만 이를 합산해 수지계산토록 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해석이 아닐까 한다. 교통 관련성 평가도 없이 무조건 모든 고속도로가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회수완료 노선에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훨씬 상식적이지 않을까?

예컨대 회수율이 10%에도 못미치고 있는 마산외곽선(건설비 7천880억원), 익산-포항선(2조164억원), 동해선(1조4천994억원) 등의 건설비용을 멀리 떨어져 있는 경인고속도로 이용자들이 분담하고 있는데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 제시를 한 다음에 통합채산제의 타당성을 논증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고속도로 수요예측 및 타당성 검토 없이 신규 노선 건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통합채산제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에게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과연 수요자 부담 원칙에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새로운 도로가 계속 지어지는 한 통행료는 계속 징수된다?

통합채산 방식의 요금징수 체계는 철저한 교통관련성 분석과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통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특히 관련 법령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회수율이 100%를 넘은 고속도로는 통행료 수납기간 단축이나 요금인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나 도로공사가 통행료를 산정함에 있어, 또 통행료를 받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국민의 편익을 우선시했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시스템이 발달한 프랑스 등에서는 톨게이트에 무인 신용카드 기계를 도입해 신용카드만 집어 넣으면 통행료가 정산 되도록 하고 있어 인건비가 절약될 뿐 아니라, 거스름돈을 바꿔줄 필요가 없어 징수원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경우에 비해 통행 속도도 더 빠르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도로공사는 카드결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를 들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이러한 도로공사의 입장이 국민의 편익을 고려한 가장 타당하고 합리적인 정책판단인지 묻고 싶다. 아무래도 수수료를 줄여 공사의 수익을 늘여야 한다는 고려가 우선하였다는 것이 더 솔직한 이유였지 않을까.

어려운 법리를 떠나, 합리적으로 징수한 비용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고 더 편하게 해 준다면 더 이상의 지루한 논란은 불필요한 것이다. 결국 국민의 편익을 위한 올바른 해법을 찾는 것이 공사의 편의나 수익성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잊지 말고, 관련 법령을 개선하고 좋은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자고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배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라도 우리 국민들이 고속도로에서 겪는 고통에 대한 당국자들의 진지한 배려와 고민이 이어져 행복한 대한민국에 다가가는 빠른 길로 가꾸어 지기를 기대한다.

아내와 함께 네 아이를 키우며 시골 마을에 깃들어 있다. 가진 능력이라곤 번식력밖에 없다는 점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얼치기 법조인이기도 하다. 짧은 공직생활 중 여러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과 정의의 소중함을 절감하였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으로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하였다.

조직이라는 이름과 명분 아래 수 많은 사람들의 인격이 훼손되는 것에 분노하며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더욱 과격해지는 자아를 다독이기도 한다. 맑은 세상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부패의 악취가 말끔히 사라진 세상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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