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팬들은 그의 앞날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랐습니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오는 주말에 열리는 2011-12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 이후 러시아로 가기로 하면서 그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는 2년 전부터 러브콜을 받은 러시아에 가서 안현수가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즉답은 피했지만 귀화 가능성을 열면서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뛸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했습니다. 빙상 파벌 싸움, 마음놓고 뛸 수 없는 국내 무대 여건 등을 이유로 안현수는 해외로 눈을 돌렸고, 그 가운데 차기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이자 학업도 병행할 수 있는 러시아로 눈을 돌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게 됐습니다. 일단 안현수는 오는 주말에 열리는 대표 선발전에서 최선을 다 하는 플레이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하고 있습니다.

▲ 안현수 선수(사진: 김지한)
올해 만 26살인 안현수는 3년 뒤 열리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 출전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동안 부상, 슬럼프 등으로 이렇다 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 여기에다 보이지 않는 파벌 싸움으로 마음을 다치기도 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올림픽에 다시 출전해 '황제'다운 면모를 보이고 보기 좋게 은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안현수는 절치부심 노력을 거듭하며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당연히 국내에서 정면 승부해 보란 듯이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재정 부족을 이유로 팀을 해체하면서 더 이상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자 안현수는 완전히 마음을 바꿔 해외 무대에서 뛰면서까지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해외 진출의 직접적인 이유가 그다지 좋지 않은 이유라는 것이 상당히 마음에 걸리고 안타까운 면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당당히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데 국내에서 그런 여건이 받쳐지지 않다보니 '황제'가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는 이 '안타까운 사연'은 특히 많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일부는 ‘쇼트트랙에서 있었던 각종 문제가 안현수를 이렇게 만들었다’라면서 러시아로 귀화해도 그를 응원하겠다는 지지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빙상계가 정말로 다시 돌아봐야 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어쨌든 중요한 것은 한 시대를 풍미한 빙상 스타가 '마음 놓고 뛸 곳이 없어 떠나는' 이 현실 자체가 아주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빙상 강국, 쇼트트랙 최강국이라고 표방하면서 세계선수권 5연패,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선수가 뛸 곳이 없어 바깥으로 나가는 상황은 우리 빙상계 자체가 얼마나 열악하고 또 모순돼 있는지 대외적으로 표출한 꼴이 돼 씁쓸할 뿐이었습니다. 새 무대에 나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뛰려 하는 안현수의 행보 자체는 당연히 응원해야 하지만 더불어 우리 빙상계 환경에 대해 자성하는 계기로도 삼을 필요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안현수의 새 도전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만큼 그의 도전이 3년 뒤 밝은 희망과 웃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도자나 행정가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생활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바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안현수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행이 안현수에게 큰 전환점이 돼 더 큰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두웠던 지난 4년의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새 무대를 자신의 무대로 만드는 안현수의 쾌속 질주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훌훌 털고 다시 화려하게 돌아와 '위대한 쇼트트랙 황제'의 모습을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