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올 한해 ‘미디어 정책이슈’, ‘미디어 사건’, ‘나쁜 보도’ 등을 통해 2019년을 담아보려고 했다. 놓친 것도 있으며 다 담아낼 수 어렵다는 점 양해 바란다. 세밑 고위공직자수사처법, 공직자선거법 등 개혁 법안 처리는 올 한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영역으로 좁혀보면 지형 자체가 변화하고 있고 여기에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사안, 사건은 여전했다는 판단이다.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불거진 가장 큰 사건으로 조국 사태를 꼽은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미디어 사건’에서만 정리했다.

◆ 방송통신융합시대, '낡은 법제' 탈피 논의 지속돼

과거 TV 중심이었던 방송환경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를 통해 다분화되면서 20년 간 정체된 방송제도를 개선하려는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국회에서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통합방송법'의 논의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중장기 방송제도개선'안을 마련해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핵심쟁점 중 하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대한 논의다. OTT를 방송법 체계 안에 포섭하느냐, 포섭한다면 국·내외 OTT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가 쟁점으로 부상해 있다. 국회와 정부는 수평적 규제체계를 통해 OTT를 방송법 규제체계 안으로 포섭하고자 한다.

그러나 국내 사업자를 비롯, 언론시민사회에서도 정부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수평적 규제체계의 확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업자들은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전반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역차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시민사회에서는 정부당국이 이용자 중심의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자를 포함한 규제 집행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OTT 서비스를 시행중인 CP사들 (사진=연합뉴스)

◆ '규제 혁신'이라는 '데이터 3법'… 개인정보 안전할까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이른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이 가을 정기국회의 핵심 법안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양당과 산업계가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한목소리를 냈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는 사실상 '개인정보3법'인 데이터3법의 원안 통과에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의 일부 내용을 지우는 이른바 '가명처리'를 통해 개인정보를 산업·연구 등에 횔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시사하면서 추진이 본격화됐다. 정부여당은 '가명정보'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 가명정보의 결합으로 개인정보 재식별이 가능하다는 점 등 때문에 시민사회는 데이터3법을 '개인정보 도둑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3법은 각 상임위를 통과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데이터 3법 중 정보통신망법을 의결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가명정보 처리 시 정보주체의 권리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관련 법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6가지 부대의견을 달아 법사위에 올린 상태다.

11월 6일 열린 <데이터 3법의 위험과 정보인권 보장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 말 많고 탈 많은 정부광고법 시행 1년

2019년 12월은 ‘정부 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광고법) 시행 1년을 맞이하는 달이었다. 정부광고법은 정부 광고 시행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해 일부 매체에 광고가 편중되는 현상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이 시행됨에 따라 언론재단은 정부 광고비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정부광고 수수료는 언론진흥기금으로 쓰인다.

정부광고법이 시행된 이후 언론계·정치권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광고 수수료가 언론계에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한국기자협회장 후보자 3인 중 2인(손대선·김동훈 후보)은 정견 발표에서 정부광고 수수료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언론진흥기금 관리 주체를 언론재단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광고법을 만든 노웅래 의원 등 국회 의원들 역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각 주체들은 서로 다른 이유를 들어 정부광고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광고 수수료가 언론진흥을 위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언론계의 공통된 인식으로 풀이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 '실검'… 국회 '실검금지법' 논의로 이어져

포털 실시간검색어를 둘러싼 이슈가 불거진 한 해였다. 8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졌고,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 키워드가 포털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을 다퉜다. 이후 조국 관련 키워드뿐 아니라 ‘문재인 지지’, ‘문재인 탄핵’, ‘나경원 사학비리’ 등 정치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검색어 순위권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은 "특정 세력의 여론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시간검색어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국당은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검찰의 인지 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11월 말 특정 검색어 검색을 유인하는 정보를 게재하는 행위인 '검색유인행위'를 금지하고,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의무적으로 검색유인행위를 방지하는 조치를 하도록 한 '실검금지법'을 발의했다. 현재 한국당은 ‘실검금지법 우선처리’를 주장하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위원회 법안소위 논의에 임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시간검색어 정치적 키워드를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지난 10월 실시간검색어 관련 토론회에서 “정치인들은 실시간검색어의 영향력이 크다고 주장하는데 그 실체에 대해서 밝혀진 바도 없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인데, 너무 쉽게 ‘실시간검색어를 규제하라’는 말이 나오니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실시간검색어 폐지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뭔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실시간 검색어 (사진=연합뉴스)

◆ 전과 연예인 방송출연금지 법안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제한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4일 10명의 의원과 함께 도로교통법 위반, 마약, 성범죄, 도박 등 형이 확정된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제재 규정을 마련했다. 방송사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처벌 조항도 있다.

오 의원은 지난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법안 발의 당시에는 버닝썬, YG사태, 음주 운전 사고, 도박 등 많은 연예인들의 범죄 행위가 일상적으로 언론에 보도될 때”라며 “이들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봤고 현재 법률로서는 그들의 자숙기간만 지나면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방송법 개정안을 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발의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4개월 뒤 ‘이수근 방송 출연 금지되나?’라는 위키트리 보도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 바 없고, 방송사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 실제 입법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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