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영웅'이 또 한 번 '진짜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맨유의 산소 탱크' 박지성이 13일 새벽(한국시각), 2010-11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2분 라이언 긱스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번 골로 박지성은 다시 한 번 UEFA 챔피언스리그 사나이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2007-08 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유럽 정상을 꿈꾸는 맨유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첼시전에서 맹활약한 박지성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부상 이후 팀 내 위상을 스스로 높이며 트레블(3관왕)을 꿈꾸는 맨유의 중추 역할을 할 자원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습니다.

▲ 박지성 선수ⓒ연합뉴스
경기 도중 피를 흘리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박지성은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로 맨유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평소 왼쪽 측면을 봤던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으로 선발 출장해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 기대됐는데요. 멀티 플레이어답게 역시나 전혀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고, 믿음직한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상대 허를 찌르는 인상적인 플레이로 첼시 수비진을 흔들었습니다. 특히 큰 경기에 강팀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이른바 '박지성의 정석'다운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며 맨유의 2년 만의 4강 진출도 이끌고 자신의 존재감도 또 한 번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우려를 불식시키고, 가능성을 떠오르게 한 박지성의 힘은 그야말로 위대해보일 만큼 인상적이고 대단했습니다. 사실 부상으로 인한 장기 공백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경험이 풍부한 박지성이었고, 20년 넘게 맨유를 이끈 퍼거슨 감독의 노림수가 있었던 출전이었기에 기대감이 함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우려보다 기대한대로 박지성은 제 몫을 충실히 다했고, 팀이 원했던 결과를 제대로 선보이면서 주목받았습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박지성이 보이고, 그 덕분에 맨유가 살아나는 것을 보면, 이 정도면 '이름 없는(Unsung) 영웅'이 아니라 이제는 '진짜 영웅'으로 인정할 때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번 골이 더 주목받은 것은 자신의 꿈을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해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박지성이지만 그의 선수 시절 마지막 꿈은 바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서서 팀의 우승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2007-08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박지성은 엔트리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충격을 경험하며 쓴 웃음을 지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08-09 시즌에 결승 무대에 다시 올랐고 이번에는 선발 출장의 기회를 얻었지만 아쉽게도 FC 바르셀로나에 우승을 내주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언젠가는 이루고픈 그 꿈을 위해 박지성은 큰 경기에서 제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2년 만에 다시 꿈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번째 찾아올 수 있는 큰 기회를 박지성은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 꿈을 위해 시즌 막판 더 열심히 뛰고 또 뛸 것입니다.

누구보다 성실히 뛰고 멋진 활약을 펼친 그였기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 꼭 경험하고 싶어 하는 박지성의 그 꿈을 많은 팬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이번만큼은 꼭 박지성의 소중한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