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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오너리스크,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안된다?보수·경제지, 한진가 비판하면서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엔 "연금 사회주의"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12.30 11:57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싸움이 격화되면서 대다수 언론은 비판을 쏟아냈다. 보수·경제언론 역시 '반기업 정서'의 확산을 우려하며 강한 비판에 나섰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를 차단하자는 취지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경영개입"이라는 재계의 주장을 비중있게 할애했다. 

지난 25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아 벽난로용 쇠꼬챙이를 휘둘렀다는 의혹이 28일 제기됐다.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에 대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직후의 일이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이어져 온 한진일가 경영권 분쟁 논란이 극에 달했다는 보도와 함께 언론에서는 성향을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25일 동아일보 우경임 논설위원은 칼럼 <한진 남매의 亂>에서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택 갑질', '폭행 연루' 등 한진일가의 각종 갑질 비위를 언급하며 "수년간 갑질 논란으로 조부와 부친이 힘들게 키워온 회사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그 와중에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29일 사설에서 "한진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각종 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모자간 막장극을 벌이고 있다"며 "주주들은 이들에게 한진그룹 경영을 맡겨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고 평했다. 

조선일보는 30일 <한진一家 '크리스마스 악몽'>에서 "대기업 오너가에서 경영권 분쟁에다 존속 간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고, 이것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진그룹뿐 아니라 대기업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한 재계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 12월 30일 <한진一家 '크리스마스 악몽'>

이처럼 한진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정점에 다다르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7일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경영진의 횡령·배임·부당지원·사익편취 등으로 인한 주주권익 침해 사안, 지나치게 높은 임원 보수, 지나치게 낮은 배당정책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정해 기업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국민연금이 정관 변경,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 제안'을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4.11%, 주식회사 한진 지분 7.54%, 대한항공 지분 10.6%를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한진일가의 각종 갑질 비위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된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한진칼에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는 '오너리스크' 차단을 목표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 한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반대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한진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오너리스크'가 맞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경영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평을 내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경제 활력을 잃게 만들고, 실물경기 부진을 가속화시킨다고 주장했다. 

30일 중앙일보는 사설 <국민연금 독립성 없이 기업 경영엔 간섭하겠다는 건가>에서 "국내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위상은 절대적"이라며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 개입의 길을 자꾸 넓히다 보니 '연금 사회주의' '기업 옥죄기'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활발한 투자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성장 추구는 어려워진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기사 <국민연금, 상장사 302곳 경영간섭 가능… 연금 상전 시대>에서는 "재계에선 '연금 상전 시대'가 열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당장 내년 3월 주총시즌 때부터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더 깊숙이 간섭하는 길을 텄다는 점에서다"라고 썼다. 

동아일보 12월 28일 <재계 “기업 길들이기 수단 악용 우려”… 내년 3월 주총 첫 시험대>

동아일보는 28일 기사 <재계 "기업 길들이기 수단 악용 우려"… 내년 3월 주총 첫 시험대>에서 "국민연금이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매우 높다"는 경영계 목소리와 함께 "정부 영향력하에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의 간섭을 확대하면 결국 연금사회주의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의 발언을 전했다. 

한국경제는 28일 <끝내… 국민연금에 경영 개입 '칼자루'>기사에서 "국민연금이 입맛대로 이사 해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기업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면서 "어떤 상태가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주주권익이 침해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단지 심각성, 재발 가능성, 자산 노출도, 중대성 등을 감안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단어들만 즐비하다"고 썼다. 

한겨레 12월 28일 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재계 ‘명분 없는 반대’ 접어야>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정당한 주주권 행사'의 관점으로 보지않는 재계·경영계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겨레는 27일 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재계 '명분 없는 반대' 그만둬야>에서 재계·경영계의 '경영 개입' 반발에 대해 "신산업 진출과 실물경기 부진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주주권 행사는 '나쁜 경영진'이 대상이다. 그것도 지속적인 사전 대화를 통해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제한적으로 행사된다"며 "따라서 잘못이 없으면 주주권 행사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혹시 제 발이 저려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최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불구속 기소, 한진일가의 갑질과 경영권 다툼 등을 나열하며 "재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더 이상 명분 없는 반대를 그만두고, 경영 투명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올리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서울신문은 30일 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외국계 먹잇감' 전락 경계해야>에서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국민연금이 국민을 대신해 주주 활동을 충실히 한다면 투자 기업의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국민연금의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면서 "기업 역시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숱한 갑질 논란과 함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진그룹 총수 일가 등을 보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썼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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