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청각장애인들이 내년 총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청각장애인 관련 정책개선을 촉구했다. 장애인에 대한 국회의원의 막말·비하발언 개선, 선거·국회의 수어통역 확대 등이 주요 개선책으로 제시됐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한국장애인연맹, 에이블업 등 장애인단체는 2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0총선 청각장애인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한국장애인연맹, 에이블업 등 장애인단체는 2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0총선 청각장애인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미디어스)

가장 먼저 화두에 오른 건 장애인에 대한 국회의원 인식 개선 문제다. 장애벽허물기 김주현 대표는 "올 한해 국회의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장애인 비하발언"이라며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병신 같은 게'(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등등 헤아릴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혐오표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사회 혐오표현 조장자로 정치인과 언론이 지목됐다. 해당 조사에서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는 응답은 58.8%, 언론이 조장한다는 응답은 49.1%로 집계돼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단체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당하거나 비판을 받았지만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의원 개인이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개정해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막말·비하 언행을 금지할 것 ▲20대 국회에서 유명무실화 된 국회윤리특별위원회의 상설화와 소수자 차별 언행에 대한 대책마련 ▲정당별 주요당직자·당원 대상 장애·소수자 감수성 교육 도입 및 강화 등을 요구했다.

조태흥 한국장애인연맹 기획실장은 "청각장애인, 장애인이기 이전에 우리는 국민이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장애인을 비하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며 "몇 번이고 비판했지만 아직도 그들은 여전하다.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이 외침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개선 요구로 국회와 공공기관의 수어통역 확대가 언급됐다. 한국수화언어법은 '농인과 한국수어사용자는 한국수어 사용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차별 받지 않고, 한국수어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들은 당장 국회와 공공기관에서 차별받고 있다.

이들은 국회 온라인 의사중계시스템 수어통역과 자막 제공 실시, 국회 본회의 방청 시 수어통역과 점자자료 제공, 선거시기 다수후보 TV출연 시 2인 이상 통역사 배치, 선거공보물 주요내용 수어번역영상 제공, 선거법 수어통역·자막 의무제공, 국회 기자회견·상임위 수어통역사 배치 등을 국회에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관련 국회법 개정안이 상임위 계류 중이다. 국회 의사중계와 입법활동 중계 시 수어, 폐쇄자막, 화면해설 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장애인의 회의 방청에 점자안내서, 자막·수어통역 등 편의제공을 의무화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이들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한국수어법 개정, 영화관람 관련 법률 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등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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