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간의 힘, 판단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운명, 징조를 두고 징크스(Jinx)라고 부릅니다. 징크스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하지요. 그러나 심리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선수, 감독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미신을 믿지 않는다 해서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보다는 승부욕을 자극하고 경기에 대한 활력소를 불어넣으면서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면에서 그 가치가 돋보이기도 한 것이 바로 징크스입니다.

지난 10일, 현대 오일뱅크 K리그 2011 5라운드에서 FC 서울은 '부산 징크스'를 깨는데 온 힘을 다 했습니다. 지난 2006년 이후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에만 나서면 단 한 번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4무 3패) 5년 넘게 '무승 징크스'를 이어왔던 서울이었습니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 덕분이었는지 서울은 지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룬 것을 바탕으로 후반 막판까지 앞서나가며 징크스 타파에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후반 28분, 양동현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또다시 불안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추가 결승골을 넣는데 실패하고 1-1 무승부를 거두며 부산 원정 징크스 타파에 또다시 실패했습니다. 서울 황보관 감독은 징크스를 깨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K리그에도 다양한 징크스들이 많은 팀들을 웃고 울리고 있습니다. 1-2년이면 금방 깰 수 있을 것만 같다 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다양한 징크스는 어떤 팀에게는 새로운 힘을, 다른 어떤 팀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K리그의 대표적인 징크스는 바로 수원 삼성의 '대전 원정 징크스'입니다. 수원 삼성은 대전만 만나면, 그것도 대전월드컵경기장 '퍼플 아레나'에만 서면 유독 작아졌습니다. 지난 2003년 5월, 대전 원정에서 0-2로 패한 이후 수원은 대전에서 4무 8패라는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8년 넘게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이어왔는데요. 특히 결정적인 순간마다 징크스 때문에 발목이 잡혀 더욱 징크스가 두드러지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반면 대전 시티즌은 징크스 덕을 본 적이 많았습니다.

2007년 대전은 최종전에서 수원 삼성을 홈으로 불러들여 1-0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고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맛봤습니다. 또 이듬해에는 거칠 것 없는 수원 삼성을 상대로 역시 홈에서 1-0으로 이기며 11연승을 저지한 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1-1 무승부를 거두며 수원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꿈을 완전히 꺾기도 했습니다. 이만 하면 수원 삼성 입장에서 대전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징크스 장소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수원 삼성은 전북 현대에게도 2008년 1승을 제외하고는 6년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심지어 7경기 연속 무승의 징크스를 이어갔습니다.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11년 수원 삼성이 올해는 대전 원정, 전북 징크스를 한 번 제대로 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하지만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겠지요. 시즌 초반에 모처럼 깨진 징크스들도 많았습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부산 감독 시절부터 이어온 수원 징크스를 4년차에 깨는데 성공(2-0 승리), 기분 좋게 시즌 출발을 알렸습니다. 또 전남 드래곤즈는 7년 동안 이어온 FC 서울과의 홈경기 무승 징크스를 지난 3라운드에서 3-0 승리로 깨면서 서울에 '대굴욕'을 남겼습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구 FC 역시 경남 FC와의 10경기 연속 무승 징크스를 5라운드에서 2-1 극적인 승리로 깨면서 더욱 바람을 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밖에도 또 다른 K리그 대표 징크스로 정규리그 2위팀이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 정규리그 우승팀이 이듬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것, 그리고 전년도 득점왕이 이듬해에는 득점왕 등극에 실패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또한 신예들에게 가혹하게만 느껴지는 '2년차 징크스'는 K리그 뿐 아니라 모든 구기 종목에서 통하는 대표적인 징크스로 꼽히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많아야 하는 K리그에서 징크스는 팬들에게 색다른 관전포인트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올 시즌 징크스에 울고 웃는 팀, 그리고 선수는 얼마나 될 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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