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에 '오방떡소녀'라는 필명의 웹툰으로 유명한 조수진 씨가 세상을 떠나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녀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학교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까지 했다. 주변에는 친구들이 넘쳐났고, 마냥 화창할 것만 같은 인생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너무 큰 행복은 허락되지 않았던 것일까? 27살의 나이인 2005년에 임파선암 3기 판정을 받고 만다. 힘든 시험경쟁과 공부를 모두 마치고 마침내 사회인이 되어 청춘을 만끽할 수 있을 때 덜컥 찾아온 암. 퇴사 후 항암치료를 받고 호전됐으나 2006년에 다시 악화되어 요양원을 전전했다. 누구라도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을 안겨주느냐고 하늘을 원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절망하지 않았다. 원망하지도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암 환자가 겪는 일들을 함께 나누고 초보 암 환자들과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자, 투병일기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동그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오방떡소녀라는 귀여운 필명도 지었다. 병은 계속 진행됐지만, 자신의 웹툰 모음집을 출간하기도 하고 번역서를 내기도 하는 등 활동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암세포는 결국 '오방떡소녀'를 데려가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수진 씨를 애도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고, 또 그녀가 생전에 전해준 것에 감사해했다. 그것은 행복이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웹툰을 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절망적이고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도 '오방떡소녀'가 웃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암을 '낯선 친구'라고 표현하며, 그것이 마치 독감쯤이라도 되는 양 밝게 웹툰을 이어나갔다. 웹툰은 전대미문의 발랄한 암 환자 투병기가 되었고, 그런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 것이다.

- 우리는 자신의 삶을 잃고 있진 않은가? -

우리는 흔히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내가 ~를 갖게 되면 행복해질 텐데', '이 고통의 시간이 다 지나가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행복의 순간을 뒤로 미룬다. 행복을 언젠가 다다를 이상적인 상태로 보면서, 그 전까지의 삶을 하나의 과정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삶은 결코 이상적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오방떡소녀는 우리에게 이것을 말해주고 갔다. 그녀는 고통의 순간이든 기쁨의 순간이든 매 순간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충실히 살아냈다. 언젠가 올 행복을 상상하며 현실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웃음과 행복을 찾아나간 것이다. 그녀는 '암과 함께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암을 통해서도 뭔가 배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암은 암이고 청춘은 청춘이다!'라고 외쳤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사람은 병 자체보다, 곧 죽게 된다는 절망과 공포 때문에 먼저 심신이 무너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공포에 빠지지 않았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암 투병 과정에서도 행복했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에겐 삶이 주어져 있다. 하지만 매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방떡소녀는 암 투병이라는 고통의 순간에도 자기 삶을 놓치지 않고 웃음으로 채워 넣었는데, 우리는 온갖 조건을 따지며, 혹은 타인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불행으로 채워 넣고 있지는 않은가?

앞에서 지적했듯이 삶은 이상적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 따위가 아니다. 그러한 삶은 얼마나 공허한가? 게다가 이상적인 행복이란 것이 실제로 닥쳐오는 일도 없다. 이상적인 행복만을 꿈꾸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을 유예하며 껍데기뿐인 삶을 살게 된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있을 수 있고 조건이 안 좋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긍정과 웃음으로 '지금/여기'를 살아낸다면 삶의 마디마디가 행복으로 채워질 거란 점을 오방떡소녀가 깨닫게 해줬다.

- 웃음과 소통의 힘 -

삶의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의 요소를 찾아낼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이야기다. 웃음의 요소를 찾아내는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가짐이 이미 행복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웃음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사람의 뇌는 웃음이 감지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오방떡소녀는 또 소통의 힘도 보여줬다. 그녀가 암에 걸린 후 혼자서 괴로워하지 않고 투병일기를 만화로 그려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 바로 소통이었다. 다른 암 환자들과 경험을 나누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했던 그 마음. 그녀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오히려 큰 위로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것도 역시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이야기다. 똑같은 암 환자들이라도 타인과 소통하는 사람과 단지 치료만 받는 사람 사이엔, 삶의 질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말기암 환자까지도 이렇게 고통과 공포를 이겨내고 최후의 순간까지 행복할 수 있었다는 건, 살아있는 우리 누구라도 긍정, 웃음, 소통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가 행복해지길 주저한다면, 고통 속에서도 행복의 메시지를 남겨준 오방떡소녀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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