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상임위원은 <동아일보> 출신이다. 2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중동매경 종합편성채널 특혜정책을 뒷받침할 정책을 만드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김 상임위원을 바라보는 우려는 컸다. ‘과연 조중동 방송 특혜를 위한 로비에 휘둘리지 않을 것인가’,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 역시 <동아일보> 출신이라는 이유로 우려는 더 커져갔다.

그런 김충식 상임위원이 취임하던 28일, “최시중 위원장은 기자라기 보다는 정치인이었고 나는 여의도 정치를 비판하는 정치부기자였다”며 “최 위원장과 나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거리”라고 말해 기자들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김충식 상임위원은 “일을 함에 있어 공정성에서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다짐을 보이기도 했다. 김 상임위원이 취임한 지 2주일이 지났다.

<미디어스>는 김충식 상임위원에게 쏟아졌던 우려와 종편정책, 2기 방통위 추진 정책 등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12일 위원실 문을 두드렸다.

▲ 지난 12일 인터뷰를 위해 김충식 방통위 상임위원을 찾아갔다ⓒ권순택
김충식 상임위원, “종편은 정책적 배려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성공의 답이 나오지 않아”

김충식 상임위원은 인터뷰에서 “조중동 종편은 정책적 배려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꽃을 피우게 될 수 있을지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종편은 3000~4000억 원을 가지고 방송을 시작하지만, 중계차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은 90억 원에 육박한다”며 “더더군다나 최소 3~5년은 투자만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중동매경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며 신문과 방송은 장이 다른 스포츠라고 비유를 들었다.

“신문이 축구선수라면 방송은 배구선수다. ‘공’이라는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장이 다르다. 구장의 사이즈나 팬 성향, 심지어 입장료도 다르다. 그런데 종편은 축구선수가 오후에는 배구경기를 뛰고 그 다음 날에는 또 축구를 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종편, 쉽게 말하면 신문의 기자에게 마이크를 들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 성격이 다른 미디어를 서툰 1인 겸업으로 해서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지상파 종편의 사업성은 떨어지고 있고 그 추세는 다미디어 다채널 상황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장이 수년 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하고, 신문만 하면 천천히 라도 반드시 망한다’는 취지로 그 딜레마를 말했다. 그 내용이 언론관계 학술 논문에도 소개되고 있다”

그는 “종합적으로 걱정과 우려를 씻고 돈 버는 종편으로 우뚝 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또한 “종편을 무책임하게 4군데나 허용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방통위 역사에 가장 중요한 결정을 가장 무책임하게 해버렸다. 책임 있는 정부의 행위라고 하기에도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편에 사업성이 없다고 본 주주들이 대거 이탈해 두 군데가 승인장 신청시한을 넘기는 사태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동아와 매경의 승인장 신청시한 연기가 주주들의 이탈이라고 본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그는 “타 법인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이탈 시 10%의 위약금을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이탈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조건을 달지 않았던 다른 곳은 오죽했겠냐”고 덧붙였다.

그는 “프로축구나 프로야구라도 입장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손만 든다고 구단에 넣어 주지 않는다”며 “하물며 종편을 이렇게 처리한 것은 가히 정부이기를 포기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종편특혜’ 정책에 대해서도 김충식 상임위원은 “어떤 경우에도 특혜를 베푸는 방통위가 돼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종편에 대해서만 의무재송신, 광고직접영업, 광고품목확대, 일본오락 및 드라마송출 허용, 편성비대칭 같은 배려는 불공정한 특혜라는 비난을 살 소지가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특혜를 베푸는 방통위가 돼선 안된다. 국내제작프로그램 편성비율의 경우도 문제가 된다면 고쳐야 한다. 지상파 측에서 비대칭 때문에 못산다고 이야기하면 당연히 행정이 시정을 해줘야 한다.”

▲ 김충식 상임위원ⓒ권순택
채널연번제?…“종편과 SO의 문제”,“방통위가 개입할 여지없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채널연번제’와 관련해서도 “SO와 종편사업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방통위가 종편의 번호배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행정지도를 언급하며 법적테두리 안에서 종편에 좋은 채널배치를 약속했다’고 이야기하자, 김충식 상임위원은 “행정지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은 확고부동하다”며 “최 위원장이라고 해서 달리 길이 없을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또한 “최 위원장과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일축시켰다.

이 밖에도 김충식 상임위원은 “종편의 광고 직접판매는 반대”라며 “광고를 직접영업하게 되면 조중동매의 영업방식이 그대로 방송으로 옮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대기업 편향, 보수 일변도 소리를 벗어나지 못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지난 30일 종편 <조선일보> ‘CSTV’와 <중앙일보> ‘jTBC’,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에 대한 방송채널사용 승인장의 교부 의결에 앞서 퇴장한 바 있기도 하다.

“판사가 유무죄를 따지기 싫고 고민스러우니까 집행유예를 내려버린 것과 같다. 유죄냐 무죄냐를 치열하게 파고들면, 힘들고 위험부담도 따르니까, 어정쩡하게 집행유예라는 판결 뒤로 숨어 버리는 것이 비겁한 판사의 자세라고 어느 대법관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종편을 네 개나 해주고 시장에서 알아서 도태되게 한다? 이런 결정은 바로 방통위의 비겁한 ‘집행유예’였다고 생각한다. 국록을 먹는 치열한 행정가의 자세가 아니다”

당일 퇴장한 이유에 대해 김충식 상임위원은 이 같이 말했다. 또한 “퇴장은 능사가 아니라고 다짐하며 공직을 시작했지만 유감스럽게 됐다”고 덧붙였다.

‘퇴장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게 들렸다. 이에 “지난 1기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 역시 선택지가 ‘퇴장’밖에 없어 2기 방통위에 대한 우려 역시 이 같은 것인데 다수결에 대한 대응이 있느냐”라고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에 김충식 상임위원은 “기권이나 퇴장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노력을 할 것”이라며 “그래도 안 되는 부분은 또 설득을 해야겠죠(웃음)”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충식 상임위원, “3대 2 구조, 어떻게 타파할지 궁리중”

방통위 1기에 대한 김충식 상임위원의 평가는 그야말로 냉정했다.

“상위위원 5명 중에 청와대와 여당이 3명을 가진다는 법적 고지를 장악하고, 다수결을 무기로 밀어 붙여왔다. 약자와 시민사회를 대변하려는 2명의 야당위원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온 것이 방통위 1기의 역사다”

‘언론을 장악한 적이 없다’는 최시중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KBS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사법적 심판의 무죄 결과를 보면 명백한 것이 아니냐”며 되레 되묻기도 했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종편의 무분별한 ‘정치적 선정’이 방통위 1기의 최악의 정책이었다”며 “잘 한 것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한 “방통위가 미국의 FCC를 모델삼았다고 하면서도 운영은 여의도식으로 하니 갓 쓰고 자전거 타는 모양새”라며 “야당추천 상임위원들에게도 스태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위원장 독임제와 일방통행식 결정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구조를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타 상임위원들의 자체적인 전문보좌역 채용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이어 “이경자, 양문석 두 분이 1기에서 3대 2라는 제약 속에서 분발했지만 다수결이라는 멍에를 이겨내지 못한 ‘숙명적 슬픔’을 느꼈다”며 “3대 2로 ‘장렬하게 전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어떻게 타파할지 다각적으로 궁리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 김충식 상임위원ⓒ권순택
수신료인상(?)…“KBS 공정성 논란 제대로 된 대답 없었다”

수신료 인상을 비롯한 MBC 지역통폐합, 방통위의 방송사 출입 조사권 등 현안에 대해서도 김충식 상임위원은 소신 있게 답을 해나갔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수신료 인상에 대해 “이미 방통위 소관은 아니다”라면서도 “원천적으로 수신료 인상 자체가 좋은 방향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 자체의 경영혁신이 전혀 안된 상태에서 몇 십 년 안 올렸으니 이제 올려달라는 것”이라며 “또한 난시청 문제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고, 방송의 공정성 및 공영성 문제에 대해서도 KBS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MBC 광역화’에 대해서도 그는 “지역방송사들이 개성을 가지고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해온 역사가 있다”며 “이것이 중앙집행부의 경영효율성이라는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떠밀려가듯 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영진의 견해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지역방송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원만한 처리가 되어야지 일방통행식은 안된다. 그리고 방통위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최근 방통위가 방송사에 자율적으로 출입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송법개정법률안’(대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충식 상임위원은 “방통위 실무진으로부터 ‘권력행사나 횡포하고는 거리가 멀다’, ‘소비자에 대한 침해 구제에 나설 의무가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김충식, “<동아일보>의 폐쇄성과 편향성을 보면 서운한 감이 크다”

조중동이 구제역, BBK 등 정권에 불리한 의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동아일보> 출신의 김충식 상임위원은 현재의 <동아일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동아일보>의 전성기는 미디어, 사회와 문화, 정치, 경제 전반에 대해 편향성이 없이 열린 미디어를 자부하던 60~70년대였다. 대한민국 모든 신문기자들이 <동아일보>만 쳐다보던 때였다. 당시 <동아일보>는 대한민국의 열린 공기로써 작용했는데 90년대 후반기부터 편향성 이야기가 나오고, 권력과 자본에 취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되면서 점점 더 닫혀가는 느낌을 받았다. 2006년 일본 특파원을 하고 왔는데 더 닫혀져 있더라. 그래서 논설위원으로 복귀했다가 견딜 수 없는 정도의 한계를 절감하고 내 발로 나와 대학 강단에 선 것이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동아일보>의 황금기를 구현하고자 노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동아일보> 대표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잘 될 것이라 자부했지만 최근 십 여 년의 <동아일보> 폐쇄성과 편향성을 보면 서운한 감이 크다”며 누구보다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인터뷰 끝으로 김충식 상임위원은 “‘공평무사’의 자세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며 “앞으로 상임위원 3년 임기 역시 그동안 나를 지켜온 철학이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내다보면서 치열하게 문제에 접근해나갈 것”이라며 말했다.

또한 “신문이라는 20세기 후반의 핵심미디어에 30년 가까이 봉직해온 미디어맨으로 변화하는 핵심미디어의 중심에 선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고 보람”이라며 “공정 방송 실현, 통신의 획기적인 발전에 일익을 맡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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