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이명박 성향의 보수단체인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윤희구 의장이 "그동안 정부가 세종시, 미디어법 등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단체를 활용해 여론 조작을 해 왔다"고 폭로한 데 이어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로 인터넷 여론조작을 해온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나섰다.

11일 오마이뉴스 <"청 행정관 보는 앞에서 노무현 비방 댓글 달았다">에 따르면, 윤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09년 5월 청와대 김모 행정관의 지시를 받고 오마이뉴스 기사 내용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보복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한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해 김모 행정관은 윤 의장에게 '오마이뉴스 기사 때문에 큰일 났다. 빨리 댓글 작업을 해야겠다'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윤 의장이 '청와대 김모 행정관의 지시를 받고 올렸다'고 주장하는 댓글들.
이에 윤 의장은 지인들에게 연락해 해당 기사에 비난 댓글을 달 것을 주문하고, 윤 의장 자신도 김모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비방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오마이뉴스는 "내부 전산망을 확인한 결과, 윤씨는 오연호 대표가 작성한 '이명박의 정치보복이 노무현을 죽였다. 그의 자살은 '나로 끝내라'는 마지막 항거'라는 기사가 걸린 5월 27일에 오마이뉴스 회원으로 가입했고, 29일까지 같은 기사에 무려 14개의 댓글을 단 것으로 나타났다"며 "윤씨는 그 뒤 6월까지 간헐적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다룬 다른 기사들에도 총 70여개의 댓글을 단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윤 의장이 올린 댓글은 "링컨이 되고 싶다더니 이명박 핑계로 후세인 보다 못하게 자살 객사를 하십니까?" "옆집 개가 죽으면 오마이는 말한다. 대통령이 죽였다고..." "1억짜리 시계에다 외화로 사들인 그집에서 행복하게 사십시요" 등이다.

오마이뉴스는 "(윤씨로부터 댓글을 올리라는 연락을 받은 사람 중 한명인) 배씨는 윤씨보다 1시간 정도 뒤에 오마이뉴스에 가입해 해당 기사에 악성 댓글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윤 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악성 댓글 지시'의 배경에 대해 "(청와대로선)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촛불'을 경험한 이후여서 이 촛불이 재점화될까 싶어 매우 두려웠을 것"이라며 "'노무현이 잘못해서 자살한 것'이라는 쪽으로 대국민 홍보전을 펴고 여론을 확산시키면 어용 보수 뿐 아니라 진성 보수 쪽도 충분히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윤 의장은 "다음 아고라에서도 '관폭도'라는 필명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왔다. 정권에 유리한 기사를 인터넷에 퍼뜨리는 등 각종 여론조작 작업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윤 의장의 주장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김 행정관의 반론을 듣고자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지방출장 중'인 그와는 연결이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현재 김 행정관의 상관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한 관계자는 '신공항 광고 게재 건과 관련된 윤씨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 김 행정관이 시민사회비서관실 재직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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