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리그 5라운드까지 치러진 가운데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은 모두 세 팀입니다. 바로 강원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부산 아이파크가 그랬습니다. 이 가운데 강원 FC는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잇달아 패배를 당하면서 최순호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초반이기는 해도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승점을 제대로 쌓지 못하다보니 선수들이나 감독들의 마음은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 그리고 성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들도 있습니다. 지난해 우승팀 FC 서울이 그랬고, 전통의 강호로 꼽힌 울산 현대가 그랬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은 그나마 4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3-1 승리를 거두고, 5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서서히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하지 못하다보니 새로운 사령탑 황보관 감독에 대한 불신까지 이어지기도 했지만 일단 최근 2경기, 그리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예선 등을 통해 조금이나마 불만을 봉합하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여집니다.

울산 현대 역시 5라운드에서 강원 FC에 1-0 승리를 거두고 2승 3패를 기록하면서 10위에 오르며 외형적으로는 분위기를 전환한 것처럼 보여졌습니다. 하지만 K리그 팀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공격력을 갖췄다는 평에 공격수들이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를 보여줬고,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하고도 결정적인 골 찬스는 많이 살리지 못하는 등 기존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아직까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갖춰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면이 많았지만 아직은 조직력이나 파괴력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 ⓒ울산 현대 축구단
올 시즌 울산 현대에 대한 기대는 꽤 컸습니다. 설기현, 송종국, 곽태휘, 강민수, 이호 등 이름만 봐도 대단한 국가대표급 플레이어들이 대거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거의 팀 리빌딩과 다름없을 만큼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 울산 현대는 지난 두 시즌 이렇다 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딛고, 올해 화끈하고 탄탄한 축구로 2005년 리그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울산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우승후보 전력을 갖고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리그 5경기를 치른 현재, 울산 현대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선수들만 좋았지 이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는 특색 있는 축구를 보여주지 못하며 시즌 초반부터 중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첫 경기에서 대전 시티즌에 졌을 때만 해도 다음 경기에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나아질 기미는 보여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가장 최근에 열린 강원 FC와의 경기 역시 1-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전후반 통틀어 단 3개 슈팅에 그치는 빈공에 시달리며 조금은 씁쓸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화려한 스쿼드에 걸맞지 않게 울산 현대만의 장점, 스타일이 녹아있는 축구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직 선수들의 조직력이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기는 했지만 겨울에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시즌을 개막하면서 조금씩 맞춰보는 수준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볼 점유율은 많지만 상대를 위협할 만 한 공격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반대로 허를 찔리며 무너진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즌 전부터 우려가 됐던 부분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리그 개막 후에 이 부분이 제대로 드러나면서 울산 현대의 불안한 행보가 계속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강원전을 통해 일단 승점 3점을 챙기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아직 모든 것이 안심했다고 보기는 이릅니다. 당장 4월에 열린 리그 3경기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6라운드에서는 까다로운 상대인 수원 삼성이 기다리고 있으며, 7라운드에서는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역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8라운드에서는 최근 3연승을 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된 대구 FC가 상대팀으로 대기중입니다. 울산 입장에서는 경기를 거듭하다보면 선수들의 장점이 살아나고, 조직력도 나아지면서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상당히 고전하는 한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4월이 울산 현대에게는 올 시즌 농사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한 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은하수) 정책'으로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제대로 된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바랐던 유럽 정상 등극의 꿈은 잇달아 좌절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험 많은 베테랑과 기량 좋은 신예들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갖춘 2011년 울산 현대야말로 '한국판 갈락티코'를 어느 정도 실현한 것으로 보여졌던 게 사실입니다. 꾸준하게 상위권을 달리며 명문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왔던 울산 현대가 올 시즌만큼은 기필코 2005년의 영광을 재현하면서 다시 떠오르는 한 해를 맞이할 지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4월 한 달, 울산 현대의 행보는 아주 중요하며 관심 있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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