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제작현장에서 발생한 스태프 차량 사고와 관련해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은 제작사를 향해 '스태프 4대보험 가입 의무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년 전 오늘은 tvN <화유기> 촬영 스태프 추락 사고가 발생했던 날이다.

지난달 29일 인천광역시에서 발생한 사고는 극 중 경찰차가 도주차량을 추격하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발생했다. 슈팅카에 탑승해 촬영 중이던 스태프들이 차량 밖으로 떨어지며 7명은 경상, 1명은 중상을 입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사고로 중상을 입은 스태프 및 가족과 면담을 갖고 지난 12일 사고 발생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같은 날 <본 대로 말하라>의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스태프지부는 전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드라마 <본 대로 말해라>제작현장 안전사고 대책수립 촉구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프레스센터에서 ‘안전사고 대책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부처·방송사·제작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2년 전 스태프 사고가 발생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변한 게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2년 전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고 똑같은 유형의 기자회견을 이 자리에서 가졌다”며 “2년 전과 똑같은 대책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하고 관련 제작사와 방송사, 정부부처가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화유기’ 스태프 추락사고 당시에도 방송촬영현장에 산업 재해, 산업안전 근로감독을 실시해야하고, 스태프들에 대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이를 지키고 있는지 드라마 제작실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또한 방송제작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 관계부처, 제작사, 방송사, CJ ENM 측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우선 정부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에 근거해 모든 드라마제작현장에 대한 산업안전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하고 이를 통해 제작현장의 위험요소에 대해 긴급히 시정명령을 내리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준비하고 있는 ‘방송제작현장 안전 가이드라인’(가제)이 마련되면,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이 준수되고 있는지 방송제작환경을 점검해야 하고, 문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 지원금 ‘사업수행지침’을 개정해 가이드라인 위반이 확인된 제작사는 정부 지원 사업을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방송스태프에 대한 4대 보험 가입 확인’을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고 배점을 현행 기준보다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통위는 방송사가 제작사와 계약시 ‘방송스태프에 대한 상해·여행자보험 가입 확인’을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700점 중 30점에 해당돼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사와 제작사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된 안전과 보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도 오픈 슈팅카에 스태프가 탑승해 촬영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12호를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용관 한빛미디어인권센터 이사장은 “방송제작현장은 아직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노동의 사각지대”라며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인 4대보험마저 적용받지 못하고 산업안전보건법도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건설 현장의 노동자보다 못한 노동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단순 재발방지책 마련이 아니다. 사고 이후인 지난 12일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다친 스태프에게 재활치료, 보상 등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촬영현장 안전 점검 등을 약속했지만 이는 단순한 사후조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지켜지도록 대책을 수립하고 촬영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실행돼야만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CJ ENM 측은 ‘화유기’ 때도 그랬지만 금전적인 피해 보상 합의는 신속히 처리하지만 근본적인 안전사고 대책 수립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며 “일시적 보상이 아닌 제작현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원청인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을 고용노동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2년 전 ‘화유기’ 사고 당시, 제작사와 용역업체 대표를 고발해 형사처벌 받게 한 사례가 있다.

한편 <본 대로 말하라>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에이치하우스 측은 기자회견 이후 입장문을 냈다. 에이치하우스는 “피해자와 그 가족과 합의한 결과 산재보상 수준을 상회하고 현장 안전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피해자 측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번 사고가 일방적으로 이슈화된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며 이번 사과와 관련 방송스태프지부 측에서 주장한 사항 등에 동의하는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야외촬영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전체 현장 적용에 나섰다”며 “개별사업자로서 드라마제작사협회를 통해 지상파 3사와 언론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논의 중인 4자 협의체에도 참여하고 있고, 표준근로계약서 도입과 관련한 업계 전반의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기자회견을 주최한 박세찬 방송스태프지부 조직국장은 “사고 배·보상 문제를 스태프지부에서 방송사와 제작사 측에 요구한 적이 없다”며 “스태프들이 4대보험에 가입해야 된다는 점, 법적인 보호 조치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사 측의 입장문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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