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시즌 초반, 가장 주목되고 있는 이슈는 바로 기존 약팀들의 선전입니다. 상주 상무, 대전 시티즌 등 하위권을 면치 못했던 팀들이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며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순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하지만 이 팀들과 더불어 꾸준한 상승세 바람을 탔음에도 다소 묻혔던 팀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구 FC가 그랬습니다.

대구 FC가 첫 경기 광주 FC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3승 1무 1패로 3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2004년 4월에 단 한 번 2위에 오른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며 신바람을 냈는데요. 대구 특유의 공격 축구가 조금씩 살아나고, 약점이었던 수비가 어느 정도 제 몫을 해내기 시작하면서 초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분위기를 시즌 내내 그대로 이어간다면 이영진 대구 FC 감독이 그토록 바랐던 한 자릿수 순위 뿐 아니라 6강 진입도 조심스럽게 전망해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 이영진 대구 FC 감독ⓒ연합뉴스
대구 FC의 상승세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선수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감이 살아났다는 점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구는 색깔 있는 축구로 무장하기는 했지만 약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쉽게 무너졌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것을 팀플레이로 커버하면서 버티기는 했지만 보다 조직적이고 기술적인 상대팀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경기에 연속적으로 지고, 전반적으로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이렇다 할 큰 힘도 발휘하지 못하며 2년 연속 15위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써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선수 전력 보강이 이뤄지고 달라진 팀 분위기 속에서 어느 정도 올해만큼은 뭔가를 해보자는 의식이 더해지면서 초반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거둔 3승 자체가 지난해 전체 시즌에 거둔 5승의 절반 이상이고 승리한 상대가 기존에 다크호스로 꼽힌 팀(강원,전남,경남)인 것만 봐도 눈길을 끄는 면이 많은데요. 그 가운데 전남, 경남과의 경기에서는 후반 종료 직전에 결승골로 승점 3점을 챙겨 승리에 대한 열망, 그리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상당히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전력 자체가 많이 좋아져 보다 탄탄한 팀플레이, 전력을 보여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원하는 경기를 펼치면서 목표했던 연승 행진도 달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적생들의 활약이 눈부신데요. 대구가 3승을 거둔 경기 모두 이적생들이 결승골을 넣어주면서 제 몫을 다 해 준데다 각 포지션에서 공-수 양면에 걸쳐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는데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탰습니다. 다른 팀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지만 기량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선수들을 대거 데려온 이영진 감독의 전략이 일단 시즌 초반에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와 더불어 경기 외적으로도 대구 FC의 변화는 눈길을 끄는 면이 많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최장수 단장 출신인 김재하 씨가 구단 대표로 취임하면서 팬들에게 보다 다가가는 마케팅으로 서서히 인기를 찾기 시작했고, 최근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창단 초창기 열기를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꼴찌에서 탈출해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이 되겠다"는 취임 일성으로 변화를 모색한 김 대표의 전략 역시 대구 FC 선수단을 춤추게 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힘이 됐습니다. 어쨌든 내부적으로나 외형적으로도 대구 FC의 변화, 상승세는 상주, 대전만큼이나 주목할 만 한 게 사실입니다.

물론 다른 약팀들의 선전만큼 대구 FC 역시 얼마나 지속해나갈지가 관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유망한 선수들을 잘 조련하고 어느 정도 지도 철학이 투철한 이영진 감독 아래서 부쩍 성장하고 변화한 대구 FC 선수들이 그리 호락호락한 한 시즌을 보낼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입니다. 최하위 팀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시즌 막판 도깨비 팀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가능성을 보였던 대구 FC가 올해는 정말로 인상적인 한 시즌을 보내며 시민 구단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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