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종편) 의무전송 폐지는 '총선용 언론 길들이기'라는 주장에 대해 종편 의무전송은 도입 당시 특혜성 제도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8년 만의 종편 의무전송 제도 폐지와 일각의 반발에 대해 "종편의 경우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데 이 방송들이 시장에 조기 안착하기 힘들기 때문에 의무 재전송 제도를 시행령에 두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초기의 특혜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이미 시청률도 상당히 나오고 시장에서 충분히 자기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특혜는 해소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종편 의무전송제도는 시행 8년만에 국무회의에서 폐지됐다. 의무전송제도는 공익적 채널에 한해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특정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종편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 방통위는 다양성 구현 등을 이유로 방송법 시행령을 통해 종편4사에 대한 의무전송제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종편은 별도의 플랫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전국 송출망을 확보하고, 오히려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수신료 명목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았다. 의무전송은 대표적인 종편 특혜로 꼽힌다. 방송법상에서 의무송출 대상으로 명시된 사업자는 KBS와 EBS뿐이다.

종편 의무전송제도 폐지에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당 소속 위원들은 "총선용 언론길들이기"라고 주장했다. TV조선 보도본부장 출신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최근 종편에 대한 공세,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이런 공세는 정말 후안무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4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함께 종편 의무전송 제도 폐지를 '방송장악 시도'라고 규정한 바 있다.

국회 과방위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방송의무채널 편성과 관련한 사항은 국민의 시청권, 방송 자율성, 사장의 영업제한 등 다양한 기본권들과 충돌되기 때문에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을 통해 도입된 이중 특혜성 제도를 달라진 종편의 위상에 따라 폐지한 것을 두고 나온 한국당 측 반발이다.

보수언론에서는 종편 의무전송 폐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재승인 규제를 풀라는 식의 주장이 이어졌다. 채널A 대주주인 동아일보는 5일 사설 <종편 의무송출 제외하며 규제는 그대로 둔 기울어진 행정>에서 "방송 산업을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종편에만 유독 까다로운 규제부터 철폐해야 앞뒤가 맞는다. 의무송출 채널에서 제외되면 민영방송인 종편을 대상으로 3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하거나 엄격한 심의, 제재를 할 명분이 약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이러니 정부의 방송정책이 비판적인 언론을 길들여 우호적인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을 산다"며 "당장 야당에선 '총선용 언론 길들이기'라고 반대했다. 어떻게 하든 종편의 힘을 빼서 시청자들이 친정부적 뉴스를 편식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썼다.

MBN과 매일경제는 3일 "플랫폼사업자 우위 시장에서 방송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익에만 급급한 송출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종편 채널을 자유롭게 배치하거나 아예 제외할 수도 있게 됐다" 등의 내용을 쏟아냈다.

동아일보 12월 5일 사설 <종편 의무송출 제외하며 규제는 그대로 둔 기울어진 행정>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면 '종편 재승인 규제를 풀어달라'는 식의 종편 주장에 대해 한 위원장은 "과연 종편 채널 방송사에 도움이 되는 얘기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재승인 제도라는 건 정부에서 특허를 부여하고, 다른 사업자와 다른 특별한 방송 권리를 보장해 그 권리를 유지할 수 있을만한 자격이 되는지를 심사하는 것"이라며 "재승인 제도를 없애게 되면 모든 채널에 대해 종편을 허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적합한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보도, 예능, 드라마 등을 다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이 특별히 보장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재승인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는 사실상 종편의 지위와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8년 전과 달라진 종편의 위상에 시장에서는 의무전송제 폐지가 종편에 압박이나 특혜환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히려 의무전송제도의 폐지로 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종편사업자들은 물밑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CPS 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IPTV사업자와는 협상 타결 일보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는 TV조선을 필두로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유료방송업계와의 CPS 협상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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