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탄핵에 이를 수 있는 대형사건을 방송이 외면하고 있다'며 "이런 언론 환경을 믿고 권력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마음대로 넘고 있다"고 했다. 사건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고, 언론의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기 위해 언론 비판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20일 사설 <탄핵에 이를 수도 있는 대형 사건을 외면하는 방송들>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이 드러나는 가운데 KBS 공영노조가 '의혹의 몸통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KBS는 대통령의 선거 개입 증거를 즉각 보도하라'는 성명을 냈다"고 썼다. KBS 공영노조는 KBS 내 보직없는 1직급 간부들이 가입되어 있는 노조다. 주로 극단적 보수성향의 간부들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입조합원 수는 공개된 적이 없다.

조선일보 12월 20일 사설 <탄핵에 이를 수도 있는 대형 사건을 외면하는 방송들>

조선일보는 "그제 청와대 비서진이 후보 매수 등에 개입했고 이는 송철호 후보 출마가 대통령 뜻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KBS는 18일 메인 뉴스에서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며 "KBS 공영노조는 '(KBS 보도에) 문재인 대통령은 쏙 빠져 있다'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KBS만 보도하지 않는 게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주일간 울산 시장 선거 관련 기사를 단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면서 "울산 시장 선거 공작 사건은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가벼운 선거 개입 문제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다"고 했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선거제도를 국민 누구도 알 수 없는 해괴한 제도로 바꿔 특정인들을 당선시키고 범여권의 과반수를 보장하려는 심각한 사태에 대해서도 주요 방송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MBC는 한국당이 국회에서 벌인 선거법 변경 반대 집회만 이틀 연속 네 꼭지나 보도하며 비판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한국당이 불이익을 받는 선거법을 범여권 정당들(여야 '4+1'협의체)이 개혁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강제 변경하려 한다며 사설 등을 통해 반대입장을 피력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KBS 공영노조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는 비호하고, 그 권력에 저항하는 국민을 폭도처럼 보도하는 방송들'이라고 했다"며 "이런 언론 환경을 믿고 권력은 지금도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차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마음대로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조선일보는 검찰이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2017년 10월 송철호 울산시장 출마 요청을 했고, 직후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를 정리하려 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발견했다고 단독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해당보도에서도 언급하고 있듯 대통령의 출마 권유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고, 송 부시장의 메모는 개인 생각이 많이 포함돼 사실과 거리가 있는 내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관련 내용은 아직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때문에 '청와대가 송 시장 지원을 위해 당내 경쟁 후보들을 배제하려고 시도했다면'이라는 가정이 사실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선거법 위반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선일보는 가정과 KBS 공영노조 성명 등을 통해 '대통령 탄핵'부터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훨씬 가벼운 혐의로 前대통령은 2년형을 받았다>에서도 "송 시장 출마를 요청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송 시장 측 업무 일지가 나왔다"며 "대통령 최측근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한꺼번에 '후보 매수'에 개입했다. 상식적으로 대통령 지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사실상 단정했다.

현재 울신시장 선거개입 논란은 당시 송 시장과 당내 경선을 앞두고 경쟁했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청와대로부터 불출마 권유를 받았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최근 언론에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불출마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가, 언론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어 "선거가 어려운데 자리 제안이 오면 받고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게 어떠냐는 몇 친구들의 의견은 있었으나 내 생각과 안 맞는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19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KBS는 19일 <"임종석이 자리 제안"… 송병기 수첩 '임동호 자리 요구' 적힌 날> 단독 보도에서 "송 부시장 수첩에 '임동호 자리 요구'라는 문구가 적힌 바로 그날, 청와대에서는 당청 회동이 있었다"며 임 전 최고위원측 관계자가 설명한 상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0월 13일 임 전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울산 지역 인재를 발탁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회의 뒤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 전 최고위원에게 다가와 '너부터 갈 생각을 하라', '자리를 고민해보라'고 제안했고, 임 전 최고위원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임기가 끝나가는 한국전력 사장직을 바롯해 몇몇 공사 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양측 논의는 2017년 11월까지 이어졌지만, 임 전 최고위원이 지방선거에 나가기로 결심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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