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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검사들의 생활밀착 분투기, 긴장감 늦출 수 없는 이유[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12.18 15:13

[미디어스] 검찰은 이 시대의 대표적 권력이다. 어느 틈에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세력으로 부상한 검찰, 그간 드라마나 영화 속 검사의 모습은 둘 중 하나였다.

'반드시 잡겠습니다. 실패하면 검사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파면당하겠습니다. 그 안에 제 모든 걸 걸고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습니다'라는 <비밀의 숲> 황시목(조승우 분) 같은 정의파이거나, '내 얘기 똑바로 들어,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던 <부당거래>의 주양(류승범 분) 같은 권력의 떡고물을 탐하는 검사였다. 정의이거나 불의, 그렇게 양자택일하듯 갈리는 검사 캐릭터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검사였다. 

그런데, 회의를 한다며 점심시간에 갈 식당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검사들은 어떨까? 12월 16일 첫 방송을 한 JTBC <검사내전>에는 그저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검사들이 등장한다.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JTBC 새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청춘의 빛과 그늘을 사실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그려내 젊은 층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었던 <청춘시대>의 이태곤 피디와 박연선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박연선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전 작품과 다르게 원작이 있다. 김웅 검사가 지나온 18년간의 검사 생활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검사내전>이다. 김웅 검사는 사법연수원 29기 출신, 인천 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대검 미래기획, 형사정책단 단장에 이어 법무연수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검사내전>의 부제는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이다. JTBC는 <미스 함무라비>에 이어 다시 한번 현장 법조인의 에세이를 드라마화하며 법정 장르물의 새 전통을 이어간다. 

‘생활인’에 방점이 찍혀있는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검사내전>의 이야기는 진영지청에서 시작된다. 물론 우리나라 실제 지명이 아니다. 사법연수원에서 실력으로 검사들을 배치하여 제일 성적이 안 좋은 검사들을 배치한다는 풍문 아닌 풍문의 장소. 그래서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에 특수부만 오가던 차명주(정려원 분)가 발령받았을 때 진영 지청 모두가 ‘좌천’이라 입을 모아 말하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형사 1부에 일도 밀리고, 사람으로도 밀리는 형사 2부가 극의 중심에 있다. 멋들어진 양복 간지의 조민호 부장님(이성재 분). 그는 309호의 귀신 유래담을 듣고 점쟁이를 찾아가 부적을 받아 그 방 책상 밑에 붙여 놓을 만큼 귀가 얇은 사람이다. 부장님이 그러니 다른 부서원들이라고 다를까. 진지하게 회의를 하자 해놓고서는 신참 검사 김정우(전성우 분)에게 보드에 적게 만드는 것이 점심시간에 갈 식당 목록인 식이다. 

JTBC 새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그중에서도 지청장님과의 낚시 해프닝을 기꺼이 스스로 떠안고 눙치듯 넘어가는 이선웅(이선균 분) 검사가 있다. 동네에서 벌어진 소똥 투척 사건.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인 노인 두 분을 불러 그들의 치정을 기꺼이 귀 기울여 듣고, 그도 안 되니 그 치정의 당사자인 할머니까지 불러 사건을 '무마'하려는 오지랖 넓은 검사. 하지만 잦은 사건 사고의 와중에서 점쟁이부터 피해자의 병원까지 찾아가 그들의 하소연을 다 듣는 가운데, 예리하게 신통력을 내세운 점쟁이의 음모를 찾아내는 꼼꼼한 혜안도 지녔다. 

이선웅이 그렇고, 형사 2부가 그렇듯이 모양새만 보면 딱 직장인. 외진 진양지청에서 벌어지는 인간사 만화경 같은 사건들을 붙들고 오늘도 씨름하는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히어로이거나 메피스토였던 지금까지의 검사 이야기와 달라서 새롭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말로 진짜배기 검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일지도. 

이선웅과 차명주, 악연일까? 

하지만 이 느슨한 오피스물 같던 형사 2부에 서울에서 잘나가던 엘리트 검사 차명주가 등장하며 분위기는 달라진다. 우선 진양지청 사람들은 차명주가 왜 이곳에 오는지가 궁금하다. 이선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차명주 부임 원인 찾기. 여느 엘리트 검사라면 당연히, 서울에서 '물을 먹으면' 진양까지 내려오는 대신 검사를 그만두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개업을 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차명주 전임으로, 오자마자 당일 조명호 부장의 성대한 접대만 받고 사라졌던 검사처럼 말이다. 

JTBC 새 월화드라마 <검사내전>

그런 예상을 깨고 차명주는 부임한다. 심지어 부임 첫 주니 배당 없이 돌아가는 형편을 살피라는 지청장의 말이 무색하게 형사 2부 배당 사건의 반, 거기에 그동안 형사 2부 검사들의 미제사건까지 떠맡겠다고 나선다. 그간 형사 2부의 관행과는 엇물리는 듯한 차명주의 '솔선수범'에 형사 2부 사람들은 어쩐지 떨떠름 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차명주에게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이선웅이 공들여 준비하고 있던 상습적 임금체불 기업이 미제 사건으로 차명주에게 넘어간 것. 이선웅은 다시 돌려달라 하지만 차명주는 피해자들 보기에도 안 좋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차명주보다 한 기수 아래인 이선웅에게 사건 보고를 하란다. 

문제는 이선웅과 차명주의 꼬인 ‘족보’다. 분명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차명주가 한 기수 선배지만, 같은 대학 출신인 두 사람은 학번으로는 이선웅이 선배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학시절 한 테이블에 앉아 술을 먹을 정도의 안면임에도, 아니 아직 나오지 않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첫 만남부터 줄기차게 차명주는 이선웅에 대해 '안면을 몰수'한다. 그리고 그런 차명주가 이선웅은 불편하다 못해 대놓고 나도 싫다며 선언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선웅이 공들였던 사건은 차명주에게 가기가 바쁘게 '합의'로 마무리되고 만다. 이에 불같이 화를 내며 차명주에게 달려간 이선웅. 지난 5년간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기업을 그렇게 합의해주면 어떻게 하냐는 이선웅에게, 미제사건이 될 정도로 그동안 제대로 증거로 마련하지 못하고 뭐 했냐는 차명주. 여기서 합의를 해주면 피해자는 정작 체불임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선웅에, 피해자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그런 처지까지 검사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대꾸하며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야 만다. 

속전속결로 결과와 실적을 중시하는 엘리트 검사 차명주와, 조금 느리더라도 이쪽저쪽 사정을 살펴 혹시나 피해 보는 사람이 없게 돌다리도 짚어보는 식으로 해왔던 이선웅의 대결. 결국 이들은 사건을 대하는 시각, 세계관의 갈등으로 사사건건 부딪칠 게 뻔하다. 또한 있는 집 도련님이라며 대번에 이선웅을 규정하면서도 그의 존재만으로 진영지청을 선택한 차명주와의 과거의 인연 혹은 악연 또한 복병이 될 듯하다. 

그러기에 단 2회 만에 첨예해진 이 두 사람의 갈등은 권력의 비리도 음모도 없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 '전쟁'이 선포됐다. 이선웅과 차명주의 전쟁은 과연? 다음 주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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