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17일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에선 최근 부친상을 당한 함소원과 그녀의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특히 지병을 앓다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향한 함소원의 애끓는 효심은 시청자들의 눈시울까지 붉게 만들었다.

그런데 굳이 방송 <아내의 맛>을 통해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죽음과 장례는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필수관문이다. 연예인들의 결혼식은 많이 방송되곤 하는데, 장례식은 방송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라고 할지라도, 결혼식이건 장례식이건 사생활을 일일이 방송을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

리얼 관찰예능의 붐은 수많은 연예인의 일상을 TV로 끌어들였다. 리얼 관찰예능의 후발주자 격인 <아내의 맛>은 함소원, 진화 부부, 배우 정준호와 이하정 아나운서 부부 등 연예계 대표 셀럽 부부들의 삶을 실감 나게 보여주며 제법 큰 인기를 얻었다. 오랜 중국 활동으로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잊혀져 있다가 18살 연하인 진화와의 연애와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함소원은 <아내의 맛> 출연을 통해 대중이 주목하는 스타로 다시 발돋움한 케이스다. 함소원와 진화는 <아내의 맛>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은 물론, 크게 다투는 모습도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내며 현실 부부들의 리얼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아내의 맛>에서 남편과 싸우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함소원이기 때문에 아버지 장례식 모습도 방송에 내보낼 수 있었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함소원의 아버지 고 함연식은 베트남전(월남전) 참전 이력이 있는 국가 유공자이기 때문에 TV조선과 보수적 성향의 시청자들이 좋아할 법한 요소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함소원 아버지 장례식은 시부모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함소원의 모습과 같은 날 방영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함소원이 시부모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니며 <아내의 맛> 촬영을 소화하던 중 친정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기에 더욱 착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

함소원 아버지 장례식 에피소드가 나가기 전, <아내의 맛> MC 박명수 또한 "함소원 씨가 (<아내의 맛> 출연을 위해) 미리 찍어둔 베트남에 놀러 간 모습이 좀 걸리긴 한데..."하면서 말끝을 흐린 바 있다. 어쩌면 굳이 <아내의 맛>이 함소원 부친상을 촬영하여 공개한 것은 함소원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용사 출신이기도 하지만 애초 <아내의 맛> 촬영분인 베트남 여행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내의 맛> 촬영을 위해 시부모와 함께 베트남에 갔다가 친정아버지의 임종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니 <아내의 맛> 측으로서는 함소원에게 미안한 감정도 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소원과 그녀의 가족이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일일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유명 연예인과 셀럽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노출되는 영화 <트루먼 쇼> 같은 세상.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함소원과 그녀의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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