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석패율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석패율제가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예비후보자 등록일(17일)을 넘기게 될 게 확실시 된다. 동시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동시에 패스트트랙법안 원안 표결 처리를 언급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국회를 극우의 광기에서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자는 그 초심을 잃고 거꾸로 개혁을 훼손하는 일은 우리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이름을 앞세워 일방에서 무리한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며 "타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지극히 제약하는 상황, 지역주의 완화라는 근본 취지를 퇴색케 하는 석패율제는 재고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일방적인 양보 요구는 시급하기만 한 개혁의 시간을 늦출 뿐"이라며 "한국당이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국회 점거를 시도하는,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엄중한 정치 상황이다. 이러한 때 ‘4+1’협의체가 초심을 잃고 정체되고 있어서 말할 수 없이 안타깝다"고 사실상 정의당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박주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중진들의 재선 보장용으로 하는, 의미가 퇴색된 석패율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민주당은 개혁을 하려는 것이지 개악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석패율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곧바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정의당은 '중진 구제용' 석패율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 정의당에 3선 이상 중진은 저밖에 없다"며 "이것은 저와 정의당에 대한 모욕이다. 석패율제가 중진 구제용이 될까봐 걱정한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석패율제란 소선거구제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사표 방지와 지역주의 완화를 목표로 도입됐다. 패스스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원안에도 석패율제 도입은 포함돼 있다. 6개 권역별로 2명씩, 총 12명까지 석패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돌연 "석패율제는 중진 재선용"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배경은 '4+1' 협상 과정에서 줄어든 비례대표 의석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했던 원안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상당부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50대 50으로 '4+1' 협상 의견이 모아지면서 비례대표 의석 수 규모가 줄어든 상황이다. "타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지극히 제약하는 상황"이라는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를 가늠케 한다.

민주당 내 여야 경합지역 출마자들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에 출마하는 민주당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석패율 당선을 노리고 선거를 완주할 경우 한국당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정의당 후보에게 표를 뺏겨 1등을 놓칠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수를 50석으로 줄일 경우, 석패율제는 전국단위로 각 정당이 6개 권역에 대해 1명씩, 총 6명 이내에 도입할 수 있다는 최근 잠정 합의마저 깨진 상황이다.

한편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반대입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면 무기명 표결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안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이 4+1 협의체에서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원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뤄진 제안이다. 원안의 경우 지역구 축소폭이 커 민주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의 반발이 존재하고, 연동형 비례의석 상한선(캡)과 석패율제 등으로 '4+1' 공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원안 처리라는 교란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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