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태극기 부대’가 16일 국회를 점령했다.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선거법·공수처법' 규탄대회에 참석한 한국당·우리공화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회 의사당 입구를 점령했다. 일부 시위대는 정의당 당원과 설훈 민주당 의원에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두고 황교안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6일 한국당은 '선거법·공수처법'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당·우리공화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 3000명(경찰 추산)이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당초 약속된 집회 장소인 국회 본관 계단을 넘어 의사당 정문까지 들이닥쳤다. 일부 시위대는 인근에서 농성 중인 정의당 당원 머리채를 잡았다. 황교안 대표는 시위대를 향해 “(국회) 들어오신 거 이미 승리한 겁니다. 이긴 겁니다. 자유가 이깁니다”라고 말했다.

16일 황교안 대표와 보수 성향의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입구를 점령했다 (사진=연합뉴스)

승리라는 자평이지만 황교안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17일 YTN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는 분노를 느꼈다. 더욱이 황교안 대표가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는 걸 보고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당이 불만을 갖더라도 그런 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려 하는 기도”라고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 폭력 집회로 1천 명의 당원들을 예비 범죄자로 만들 계획을 세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엄중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무력충돌 시위 현장을 보고 창피함을 모르고 ‘애국시민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황 대표는 이성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은 목요일까지 1천 명 동원령을 내려 예비 범죄자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면서 “자유한국당의 저지른 국회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은 국민과 국회 구성원 모두에게 사과하길 바란다. 또한, 내년도 총선에서 국민의 따가운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16일 브리핑에서 “농성장을 지키는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수 시간째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폭언과 성희롱 등을 무차별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극우 세력의 불법적인 난동에 민의의 전당이 유린당하고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책임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국회의사당 입구를 점령한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당은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봉쇄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국당 정책위의장인 김재원 의원은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폭력 행위들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탈 행위가 전체를 매도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은 “자유롭게 출입이 허용되던 것과는 달리 16일 국회 출입이 막히니 약간 흥분을 한 분들이 있었다”면서 “한국당이 집회를 시작하고 나서 한참 후에 출입이 뚫리게 되어서 많은 분이 경내로 들어왔다. (황교안 대표의 ‘승리’ 발언은) 그분들이 함께 합류하는 것에 대해 공감의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사건의 책임을 경찰에 돌렸다. 한국당은 16일 논평에서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봉쇄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해 집회 참가자를 흥분시켰다”면서 “불법적인 통행의 자유 제한이 경찰 자신의 과잉 충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문희상 국회의장이나 민주당의 월권적 요청에 따른 것인지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현장에서 직접 불법행위 금지 등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강조했음에도 일부 참가자에 의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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