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금요일 tvN <ENEWS> '신상정보 유출사건' (재방)의 한장면이다. MBC <아들과 딸>에서 종말이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던 곽진영 씨가 나와 그간의 생활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우리는 실제와 가상에서 세명의 성형미인을 만났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 '한나'는 유명가수 뒤에서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얼굴없는 가수로 살았다. 노래실력은 뛰어났지만 뚱뚱하고 못생겼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랑하던 남자까지 자신을 무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나는 과감히 성형수술을 선택해 완벽한 S라인을 가진 '제니'로 다시 태어났다. 결말은 물론 해피앤딩이다. 예전에 사랑했던 그 남자는 제니가 수술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해준다. 팬들도 노래도 잘하고 예쁘며 솔직하기까지 한 제니를 버리지 않았다.

현실에 오면 좀더 묘한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한나역을 맡은 배우 김아중은 데뷔하면서부터 미모와 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인터넷 한쪽에서는 김아중의 성형전 사진이 돌아 이미지에 손상을 줬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나니, 한나와 김아중을 같은 존재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성형은 알면서도 넘어가기로 마음먹게 만들었다. 김아중도 영화 속의 한나처럼 마음씨 착하고 배우로서의 재능도 원래부터 갖고 있었을 것 같았다.

이제 사모님 김미려 차례다. 신인이지만 MBC <개그야>에서 '사모님'코너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 김미려는 가수로 직업전환을 선언했다. 여기서부터 김미려의 외모는 장애물이 된다. 김미려의 뚱뚱한 몸은 개그맨으로는 장점일수 있었지만, 가수로는 엄청난 단점으로 작용했다. 빅마마가 아닌이상 한국에서 여가수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 노래? 잘하면 더 좋다.

김미려는 있는그대로 가수가 될 수 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잠시 잠적했다가 "운동을 많이 해서 살이 빠졌어요"라고 둘러댈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미려는 예상을 깨고 그 과정을 모두 밝히는 초강수를 뒀다. Mnet <미려는 괴로워>에 자신을 공개했다.

김미려는 얼굴에 칼만대지 않았을 뿐 갖가지 수술로 살을 뺐고, 수십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꿔 버렸다.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열정이 얼마나 큰지를 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듣지 않아도 됐을만한 비판도 감수하고 있다.

현실은 좀더 냉혹하다. 김아중과 김미려. 혹은 한나와 김미려는 성형에 성공했다. 하지만 곽진영은 실패했다. 성형수술이 해피앤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신상정보 유출사건'에서 곽진영은 "쌍꺼풀 수술의 부작용으로 눈이 감기지 않아 방송에 복귀할 수 없었다"라고 울먹였다. 곽진영이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눈은 지금도 부자연스러워 시선을 분산시켰다.

1992년에 신인연기상을 받았던 곽진영의 인기는 김미려나 김아중의 인기를 능가했다는 사실이 더 잔인하다. 지금도 곽진영은 잊었어도 종말이는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과연 모두가 해피앤딩의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그동안 성형수술은 누구나 돈만내면 구입할 수 있는 성공의 열쇠처럼 보였다. 수술만 하면 김태희가 되고, 사회생활도 한결 편해질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다. 곽진영을 보니 그게 아니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성형수술에 성공한 소수들만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더구나 그 잔치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부작용은 내일부터 생길수도 있는 법이다.

이는 성형수술 찬반과는 별도로 고민이 되는 문제다. 세상이 성형수술에 실패한 자들까지 품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뻐지려고 노력한게 왜 죄가 되어야 하나. '신상정보 유출사건' 은 어떤 시사고발프로그램도 하지 못한 각성을 줬다. 기획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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