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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보니하니' 사건, 터질 게 터졌다‘어린이-청소년 출연자 보호 규정’ 미비 꾸준히 제기돼...유튜브 실시간 방송 숙제로 더해져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12.12 17:03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EBS 유튜브 방송에서 발생한 폭행·성희롱 논란은 대상이 10대 청소년 출연자였다는 점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청소년, 아동 출연자 보호 규정이 없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견된 사태라는 얘기다. 

지난 10일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유튜브 계정에 게시된 라이브 영상에 ‘당당맨’으로 출연 중인 최영수(35)가 MC ‘하니’로 출연 중인 걸그룹 버스터즈 멤버 채연(15)의 팔을 주먹으로 때리는 듯한 장면이 담겨 폭행 논란이 벌어졌다. 이후 또 다른 출연자 박동근이 채연을 향해 폭언한 과거 영상이 재조명되며 청소년 출연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사자들은 실제 폭행이 없었다고 논란을 부정하고 EBS 제작진과 사장이 사과문을 올렸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1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영 교육채널 EBS ****에서 일어난 청소년 방송인을 향한 언어폭력, 신체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청원에 하루만에 6만 4천여명이 동의했다.

지난 10일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 갈무리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12일 “10대 여성에 대한 폭행·폭언·욕설하는 장면이 교육방송의 공식 유튜브 프로그램에 여과 없이 방송되었다는 점, 그리고 여성 청소년 출연자가 방송 촬영 중에 실제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EBS의 관리감독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단지 해당 출연자들을 출연 정지시킨다고 해서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EBS뿐 아니라 여러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다수의 아동·청소년 출연자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취약한 위치를 활용한 폭력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청소년·아동 출연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송계에 종사하는 아동·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긴 촬영시간으로 인한 과로, 성희롱과 성적 대상화, 사생활 노출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은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복지를 위한 담당 인력 배치 등의 대책이 검토돼야 한다고 각 방송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아동·청소년 출연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미비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아동 보호를 위한 방송사별 제작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결과, 지상파 4사에 출연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미비했다. 

김성수 의원실에 따르면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경우 불건전하거나 부당한 역할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갖고 있으나 아동 출연자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성보호 등에 관한 규정은 별도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12일 김성수 의원실에서 방송사 제작가이드라인을 다시 점검한 결과 EBS는 지난 9월 새로 재정한 가이드라인 “성 표현” 조항에 “폭력적인 행위 및 언어를 동반한 강간·윤간·성폭행 등의 묘사 장면을 방송하여서는 안된다”고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앞서 9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아동출연자 인권보호 위해 기준 마련해야’ 보도자료에서 “출연 아동에 대한 노동권이나 인권에 대한 세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관련 연구와 심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김성수 의원실에서 분석한 아동 보호를 위한 방송사별 제작 가이드라인 표. SBS의 경우, 지난 9월 어린이프로그램 제작 수칙을 마련헀으나, 마련 직후 국정감사가 열린 관계로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반영되지 않았다고 김성수 의원실에서 알려왔다.   (자료제공=김성수 의원실)

해외의 사례는 다르다. 아동 출연자의 인권 보호 방안이 마련돼 있다. 2016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낸 ‘어린이·청소년 출연 TV 프로그램 내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 오프콤은 ▲18세 미만인 자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경우, 그들의 신체적・정서적 안녕과 존엄성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취해야 한다 ▲18세 미만인 자가 프로그램의 출연이나 그 프로그램의 방송으로 인해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이나 불안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방송규정을 가지고 있다.

호주 공영방송사 ABC는 아동 출연자의 존엄성과 신체적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프로그램 제작강령을 제정했다.

특히 유튜브 실시간 방송이 활성화되고 있어 청소년 출연자에 대한 보호는 지상파방송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EBS에서 발생한 폭행-성희롱 논란은 방송이 아닌 유튜브 생중계 채널에서 벌어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10월 낸 ‘해외방송조사자료-유럽연합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에는 “주문형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에도 텔레비전 방송 서비스에 적용되는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적용함으로써 보호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과 관련하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문제는 이용자, 특히 미성년자의 시청각 콘텐츠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유해 콘텐츠와 혐오 발언 관련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와 일반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사안에 대한 상응하는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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