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에 따라 통과됐지만,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정부와 국회를 통해 대폭 증가하면서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은 '4+1' 협의체 예산안 통과를 "세금 도둑질"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지만 한국당 역시 지역구 SOC 예산을 톡톡히 챙겼다.

10일 밤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대폭 증가한 SOC 예산은 국회의 날림심사와 지역구 챙기기, 정부의 무분별한 토목사업 투자확대 등의 비판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보다 2조 6000억원이 늘어난 22조 3000억원의 SOC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더 나아가 정부안에 9000억원의 SOC 예산을 더 얹었다. '4+1협의체'는 물론, 예산안 처리를 강력하게 반대한 한국당도 관련 예산을 챙겼다. 주로 각 당 지도부,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추가 SOC 예산을 확보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민주당 예결위 간사 전해철 의원,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 장석춘 한국당 의원, 이종배 한국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장병완 대안신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예산확보 의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각각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추가 예산을 확보했다. 반면 복지예산(보건·복지·고용)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1조원이 줄었다.

한겨레 12월 12일

경향신문은 12일 사설 <새해 SOC 예산 대폭 증가, 토목경제 않겠다더니>에서 "국회 심의의 실상은 '부실·날림'이 돼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SOC 예산 심의가 대표적"이라며 "국회 심의가 '쪽지 예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국회 각성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건설투자 부진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로 부각되자 '생활형 SOC' 등의 명분으로 투자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일본의 SOC 투자남발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배치된다"면서 "그러나 국회는 감시는커녕 오히려 한 술 더 떴다. 지역민원성 예산 확보 앞에 '꼼꼼한 심의'는 걸림돌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반면 취업성공패키지, 사회보험사각지대해소, 노인요양시설확충 등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원이 깎였다. 지역 민원성 토목사업에 쓰기 위해 취약계층이나 일자리 예산을 줄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복지 예산' 줄이고 '지역구 예산' 늘린 뻔뻔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심사가 구태를 되풀이했다. 이번에도 '졸속 심사' '밀실 심사' '쪽지 예산' '정쟁 연계' '지각 처리' 등 이른바 '5대 구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늘렸다고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주로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집중적으로 깎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지역구 도로 등 건설 사업 예산을 늘린 점"이라며 "여야가 겉으로는 싸우면서 안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동료애'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마당에 국회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국회 예산 심사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예산안 통과 대립해도 지역구 사업 챙기기엔 한통속인 여야>에서 "상당액이 협상 과정에서 포함시킨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챙기기용 ‘쪽지’ ‘짬짬이’ 예산이다. 그 여파로 내년에는 복지 관련 예산이 약 1조원 줄고, 지역별 선심 사업에 필요한 SOC 예산이 9,000억원, 농림ᆞ수산ᆞ식품 예산이 5,000억원 증액된 ‘총선용 예산’이 되고 말았다"고 총평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예산안 통과 후 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 세금 도둑'이라며 항의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과시성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는 여야 모두 한통속이었다"면서 "정부의 나랏돈 씀씀이를 견제해야 할 의원들이 자기 표밭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구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 감시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예산 견제는커녕 깜깜이 협의로 나눠먹기만한 탐욕 국회>에서 "국회의 임무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다. 국민 돈을 거둬 쓰는 예산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그러나 견제와 감시는커녕 여당은 '행정부의 시녀' 역할이나 하고, 그 와중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실세 의원들은 개별 이익을 챙기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12월 12일 사설 <새해 SOC 예산 대폭 증가, 토목경제 않겠다더니>

반면 조선·중앙일보는 보도를 통해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를 지적하면서도, 사설을 통해 여당, 범여권(4+1협의체)은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도 강행처리할 것이냐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예산안 강행처리 여당, 선거법·공수처법도 밀어붙일건가>에서 "국회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내년도 예산안을 일방 처리한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여당은 다수결 원칙을 지켰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형식적 다수'를 위해 교섭단체 요건도 갖추지 못한 군소정당을 들러리 세우면서 정작 107석을 가진 원내 제2당을 패싱한 것은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초법적 발상"이라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한국당 주변에선 벌써부터 '4+1협의체가 선거법·공수첩법의 강행 처리를 위한 사전 예행연습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며 "이마저도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정치 파탄은 물론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 <범여권 無道한 행태가 장악한 국회, 더한 일 벌어지나>에서 "이번 예산안을 심의한 기구는 민주당이 선거법 변경과 공수처법에 찬성하는 군소 정당과 의원들을 끌어모아 만든 '4+1협의체'라는 것"이라며 "이들이 예산안을 심사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들은 의석 몇 석을 더 얻겠다고 선거제를 바꾸는 데 야합한 정당과 의원들의 모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한국당을 빼고 예산까지 통과시킨 범여권은 이제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과 나라의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공수처법 등도 조만간 국회에서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설 것"이라며 "예산안 강행 처리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도한 행위를 한번 해치우고 나면 부끄러운 게 무엇인지를 모르게 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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